40대 후반,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다가 깨달았다. 내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 그건 더 이상 지우고 싶은 흠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그 주름 하나하나가 내 인생의 지도 같았다.
젊었을 땐 내 모든 단점이 싫었다. 느린 말투, 쉽게 붉어지는 얼굴, 남들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 그래서 늘 숨기려 했고, 고치려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 모든 게 나라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다.
불안은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안이 이제는 두렵지만은 않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대하듯, 나는 이제 그 불안과 대화를 나눈다.
"야, 너 또 왔구나."
"그래, 왔어. 이번엔 뭘 걱정하고 싶은데?"
"글쎄, 네가 골라봐."
"그래? 그럼 이번엔 네 미래에 대해 걱정해 보는 건 어때?"
"좋아, 한번 해보자고."
이런 식으로 불안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 불안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불안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고, 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결국엔 성장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불안 때문에 잠 못 이루던 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한 밤을 오히려 즐긴다. 잠들지 못하는 대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동이 트고,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단점을 인정하고 불안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인생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었다. 더 이상 남들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물론 여전히 불완전하고, 여전히 실수투성이다. 하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완벽한 인생이란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으니까. 오히려 그 불완전함이 내 인생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20대였을 때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어떨까. 아마 놀라겠지. "어, 저 아저씨가 나라고?" 하지만 동시에 안심할 것 같다. "아, 저렇게 살아도 괜찮구나."
50대를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나는 오히려 더 설렌다. 앞으로 어떤 불안이 날 찾아올지, 그 불안을 통해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래, 불안해하자. 하지만 그 불안에 짓눌리지 말자. 대신 그 불안을 껴안고, 함께 춤을 추자. 그게 바로 내가 찾은 인생의 묘미니까.
이제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중얼거린다. "야, 너 정말 멋진 녀석이야." 그리고 덧붙인다. "오늘도 불안과 함께 멋진 하루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