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상상했다. 40대가 되면 넓은 인맥, 끊임없는 모임, 그리고 항상 누군가와 함께 있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 주변의 인간관계는 마치 서서히 녹아내리는 빙하처럼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혼자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번잡함 속에서도 나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함을 느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 시간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었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의 주제는 "현대인의 고독, 축복일까 저주일까?"라는 주제의 방송이었다. 웃음이 나왔다. 마치 내 이야기 같아서.
그날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함께 식사하자고 제안했지만 왠지 모르게 혼자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대신 근처 공원에서 혼자 도시락을 먹으며 산책을 하며 책을 읽었다. 이상하게도 이 시간이 더 고요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퇴근 후, 친구들과의 약속을 미루고 헬스장을 찾아갔다. 혼자만의 시간을 운동으로 채우려 했다. 충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혼자만의 시간을 운동으로 채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고, 실제 친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자주 보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게 되니 외롭지만 외롭지 않았다. 나의 절친인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땀이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을 어루만져주며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주말엔,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하지만 의외로 즐거웠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엔 ,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다. 타로였다.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큰 마음을 먹고 책을 구매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타로를 시작하는 것의 무의식 안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함도 있다는 것을 공부를 하면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깨달았다. 인간관계의 양이 줄어든 만큼, 나 자신과의 관계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더 충실해지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가끔은 외롭다. 특히 밤이 깊어갈 때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진다. 하지만 그 순간조차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고독을 통해 나는 더 깊이 나를 이해하게 되었으니까.
당분간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워, 그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이 시간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느낀다.
40대의 삶, 어릴 적 상상과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차이를 즐기고 있다. 넓지는 않지만 깊은 인간관계, 그리고 나 자신과의 풍성한 대화. 이것이 바로 내가 찾은 새로운 형태의 풍요로움이다.
가끔은 불안하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동시에 행복하다.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실된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점점 좁아지는 동심원과 같을지도 모른다. 관계의 폭은 좁아지지만, 그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나는 이제 그 깊이를 탐험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불안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 밤, 나는 다시 한번 창밖을 바라본다. 수많은 불빛 속에서 나는 혼자지만,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왜냐하면 이제 나는 나 자신과 함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동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