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마라톤

예전엔 맘껏 식사를 해도 배가 나오지 않았던 내가 어느 날부터인가 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낯설었다. 뱃살은 조금 더 늘어났고, 숨은 조금 더 가빠졌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건강'이라는 이름의 강박이었을 것이다.


그날 저녁, 처음으로 러닝화를 신었다.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돌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함께.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100미터를 채 달리지 못하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어릴 적 운동장을 마음껏 뛰어다니던 그 몸은 어디로 간 걸까.


다음 날, 그다음 날, 그리고 또 그다음 날. 매일 조금씩 더 멀리 달렸다. 처음엔 100미터, 200미터, 300미터... 어느새 1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몸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다.


달리는 동안 머릿속은 복잡했다. 청춘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40대,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시간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달리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했다.


한 달, 두 달, 세 달. 시간이 지날수록 달리는 거리는 늘어났고, 동시에 내 생각의 깊이도 깊어졌다. 5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나는 내 인생의 지난 40년을 되돌아보았다. 10킬로미터를 달리는 동안 앞으로의 40년을 그려보았다.


어느 날,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깨달았다. 내가 달리는 이유는 단순히 건강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나 자신과의 대화, 나 자신과의 화해의 시간이었다.


땀에 젖은 티셔츠를 벗으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몸,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노력의 흔적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조금씩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언젠가 나도 “기안 84” 처럼 마라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42.195 미터, 왠지 모를 나의 나이와 비슷해서 인지 꼭 성공하고 싶다. 40년을 넘게 살아온 내 인생의 거리. 완주를 한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 그것은 단순한 체력의 승리가 아닌, 나 자신과한 싸움에서 승리한 것일 테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미래에 대한, 건강에 대한, 인생에 대한 불안. 하지만 이제 그 불안을 다루는 법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오늘도 나는 달린다. 아스팔트 위에 내 발자국을 찍으며,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달리고 있다. 때론 숨이 가쁘고, 때론 다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제 알았으니까. 달리는 것이 곧 살아있음을, 그리고 그 자체로 의미 있음을.


땀방울이 이마에서 볼로, 볼에서 턱으로 흘러내린다. 그 작은 물방울 속에 내 불안과 걱정이 녹아내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작은 희망이 자리 잡는다. 40대의 나, 아직 늦지 않았다고, 아직 할 수 있다고, 그렇게 나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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