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글을 써야한다, 자신을 위해서.

글쓰기가 만드는 세가지 삶의 변화

by Juwon

스스로가 ‘무대공포증을 가진 연극 배우’같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쓸 때 제일 행복하지만, 글쓰기를 앞두고 놓여진 나의 무대인 하얀 백지를 (혹은 하얀 스크린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특히 미국에서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 두려움이 더 커졌다. 돌이켜보면 굉장하다고 느낄만한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만약 그것들이 제대로 글 위에 옮겨지지 않으면 좌절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다시 용기내어 글을 쓰고, 나의 글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이 세명의 글쟁이의 글과 인생을 향한 혜안 덕분이었다. 아래에 소개하는 3가지의 영감들은 단지 세 기사들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내가 실제로 매일같이 무언가를 적어보기로 결심한 후 깨닫게 된 사실들이다.


Sources

영화 감독 뤽 베송 ‘연출 원동력? 매일 영화 시나리오 쓰는 것’

작가 김훈 ‘나는 왜 쓰는가’

작가 김영하 ‘행복하려면 감성근육 키워라’





Inspiration #1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읽는 법을 배운다


source: 엔하위키 미러 ‘소설가 김훈’
말을 하거나 글을 쓸수록 그것이 공허한 것 아닌가 하는 회의에 빠질 때가 많다. 요즘에는. 나는 글을 쓸 때 되도록이면 개념어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은 참 쉬운 일이 아니다. 개념어가 아닌 말들, 그러니까 삶의 일상성, 생활의 구체성, 삶의 육질성과 닿아있는 말들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개념어라는 것은 삶의 구체성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고 권력화된 언어인 것이다.” – 김 훈


소설가 김훈은 한 노 어부가 햇볕 아래서 가오리를 말리는 표정,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서 드러나는 깊은 주름 사이사이에서도 세계를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마을에서 노동하는 어부/농부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3시간이 그에겐 ‘일’이란다. 작가로서 ‘관찰’이 글쓰는 활동에 버금가는 업무시간 이라면, 결국 그에게 ‘관찰’이란 것은 허구 안에 삶의 구체성을 담고자 하는 노력이자, 그만의 세밀한 묘사를 가능하게 해준 원동력일 것이다.


source: 한겨레


소설가 김영하는 이러한 작가의 관찰-글쓰기 매커니즘을 오늘날 청춘들에게 일명 ‘감성근육’을 키워보는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 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다양한 소설 작품들을을 꾸준히 읽으며 간접 체험을 통해 관점의 폭을 넓힐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도 소설가처럼 ‘오감을 이용하여’ 순간순간을 묘사하는 글들을 써보라는 것이다. ‘오감을 이용한다’라는 것은 앞에서 김훈이 밝힌 관념어를 피하고 삶의 구체적인 감각들을 글위에 옮기는 일종의 스킬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1. 쉬운 언어를 사용하여 2. 구체적으로 3. 오감을 이용한 글을 쓰는 연습을 하다보면, 단지 풍부한 글만 완성시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관찰하고 우리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스쳐가는 바람소리,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냄새, 손끝에 느껴지는 촉각 등 내가 가진 모든 감각에 하루중 잠깐동안만이라도 집중을 해 본다면, 나의 일상은 더이상 소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감상할 수 있는 경험으로 변화된다.


“바닷가 갯벌에 가서 노는데, 대개 마을을 어슬렁거리면서 고깃배들을 보고, 어로 작업의 동작을 보고, 밀물과 썰물을 보고 어민들의 표정이나 농부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것이 나의 놀이이자 일이다. 그리고 그 느낌을 내 맘 속에 쌓아놓는다. 그 느낌은 대부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지만 나한테는 그런 느낌의 초점은 소중한 것이다.” – 김훈



Inspiration #2 글쓰기는 나를 발견하고 지탱하는 수단이다


writing03.jpg Source: Movdata

“영화 연출의 원동력은 매일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 매일 아침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유명하든 아니든, 매일 아침 볼펜을 들고 종이에 쓸 수 있다”며 “저는 이 도전이 마음에 든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 – 뤽 베송


한 사람에게 ‘자신감’이란 내면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중심 안에는 그 사람의 신념,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 등이 포함된다. 내가 가끔 무너지는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매일같이 쫓고 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매일 3시간을 글쓰기와 생각하는 ‘일’로 보낸다는 소설가 김훈과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아침마다 시간을 내어 영화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감독 뤽 베송. 그들에게 자신감이란 연습과 경험에서 비롯된 기술과 지식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위해 매일 꾸준히 노력하는 ‘행위’에서 축적되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앞서 인용한 작가 김영하의 ‘감성근육’도 같은 맥락 위에 있다. 다른사람의 리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행위와 그것을 글로 표현해내며 그 순간을 돌이켜보는 일명 ‘감성 근육을 키우는 연습’. 그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다보면 그 집합은 자신만의 것, 자신만의 관점, 즉 자신만의 세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Inspiration #3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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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다. 내면을 드러내서 그것이 남에게 이해를 받을 수 있으면 소통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남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 김 훈


글쓰기는 문법에 어긋남 없는 글의 완성을 위해서도, 남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도, 좋은 점수를 받거나 평가를 얻기 위해서도 아니라 먼저 나 자신을 위해서 비롯되어야 한다.


글쓰기는 작가나 기자만의 고유 활동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의 하나이다. 특히나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지 모르겠어’ ‘내가 어떤사람인지,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겠어’ 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면, 그저 한문장 만이라도 매일같이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 내보는 것은 나를 발견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일 것이다.



다시 맨 처음 나의 ‘글쓰기’ 이야기로 돌아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쓰며 행복했던 이유는 단지 글을 적어내려가는 순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게 아니라-사실 글쓰는 일은 오히려 고통스러운 것 같다- 글을 작성하기 위해 좋아하는 주제들에 대해 집중하게 되고, 문장을 매듭지어 나가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아직 나의 글은 내가봐도 엉망이고, 스스로 깨닫지 못한 문법 오류도 많을 것이고, 가끔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엄청 부끄럽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내가 브런치를 열고 나의 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선택한 것은, 완벽할지는 못할지언정 내 글이 내 삶의 가치관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비롯한 청춘들을 위해 글을 쓰고 싶었다. 탄탄한 미래를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자격증들과, (읽을 때만) 의욕이 솓구치게 만드는 자기계발 서적들, 명사들을 초청한 값비싼 강연들, 그리고 성공한 비즈니스와 오너들의 케이스스터디 등 수많은 컨텐츠들이 청춘들을 구원해주려 노력하고 있지만, 개인의 경험으로 돌아보았을 때 나를 정말 발전시키고 힘을 주었던 것은 커피 한잔을 나누어 마시며 얻은 엄마의 작은 조언 한마디나 주변 친구들의 용감한 선택들, 그리고 무심코 본 영화의 한장면 대사 하나 와 같은 내 일상의 소소한 영감들이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내 글의 소재이다. 더 멀리 더 높은 데서 정답을 찾으려 하기 보다, 나의 오감을 열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배우고 느끼고자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내가 포용할 수 있는 감각도, 나의 세계도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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