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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엘 Nael Oct 08. 2024

열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깃드는 거야

이제는 무게를 덜고 즐겨보자

남동생이 가까운 곳으로 당일 캠핑을 가자고 한다.

탠트는 없지만, 냇물에 발을 담그고 장작불을 피워 고기도 구워 먹자는 이야기다.

아이들과 함께 발을 담그고 물속의 돌멩이를 모아 자연 냉장고를 만들었다.

각종 음료들도 함께 하니, 올해 자연 물놀이가 처음인 아이들은 싫지 않은 기색이다.

아이들이 잠자리채로 송사리를 잡는 모습은 어릴 적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1 급수답게 송사리들이 제법 많이 잡힌다.


어느새 어둠이 밀려온다.

밤기운이 차가워지며, 올여름의 더위가 그리워진다. 그렇게 밀어내던 더위였는데, 이제는 그 따뜻함이 돌아오길 바란다.

장작불 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니, 인간관계의 애환이 느껴진다.


불길, 이것은 바로 열정이다.


장작나무 하나하나가 마치 우리 각자의 모습처럼 보인다.

작은 씨앗에서 나무가 되어 장작이 되기까지의 긴 여정은 우리의 삶을 닮았다.

그 안에서 함께한 인연들, 서로가 마음을 나누었던 삶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우리는 그렇게 긴 여정을 뒤로하고 지금 여기에 있다. 너와 내가 서로를 기대며 의지했듯, 장작이 서로 기대고 활활 타오른다.

탁탁 불꽃 튀며 타들어가는 소리는 마치 우리의 이야기 소리로 들린다. 너와 나의 웃음소리 같아 정겹기도 하다.


그리고,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의 흐름을 따라 솟아오르는 불길이 서서히 잠재워진다. 조용한 어둠 속에서 숯불이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렇게 숙고의 시간이 찾아왔다.


타올랐던 불길이 가라앉고 숯불 덩이 꽃이 피어났다. 이것은 우리의 믿음이고 신뢰이다.


우리에게 불꽃의 열정은 지나갔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붉은 기운의 열정이 내 안에 깃들었다.


그리고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의미로 다시 태어났다.


이 믿음의 깃듦은 우리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 줄 숭고한 열정의 숨은 불길이다.

그것이 마침내 우리 가슴속에 스며든 것이다.


그러니 돌아보며 후회하지 말자.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내려 애썼음을 인정하자.

다 괜찮다고 나에게 위로해 주자.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쉽지 않겠지만,

고통스럽지만 힘든 그것을 인정하자.


결국엔 자연의 섭리, 즉 이치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한 정신을 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건강하고 강인한 정신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의 선물로 태어날 것이다.


해가 갈수록 우리는 포용의 지경을 넓혀가고 있다.이는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깊이와 너비가 확장되는 과정이며,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성숙함을 더해주는 여정이다.


곧, 우리가 옹골지게 익어가는 것이며,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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