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너를 사색하다
햇살, 바람, 파란 하늘, 그리고 나뭇잎이 물들어간다.
아름다운 가을이지만, 너도 나처럼 아팠을 이 가을.
가을이 깊어질수록 상처는 서서히 아물겠지만, 네가 잊히는 건 원하지 않는다.
불쑥 떠오르는 너의 기억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건, 아직 너의 빈자리를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줍은 소녀처럼 우리의 행복했던 기억이 나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결국 우리는 서로의 나약함 때문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웠다.
너의 빈자리의 허전함과 아픔이 이 가을 내내 나를 공허하게 만든다.
너의 부지런함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리워진다.
한때 햇살 아래 빛났던 우리였지만, 이제는 낙엽처럼 바래졌다.
나뭇잎처럼 우리도 변해갔고 바람에 순종하고 말았다.
변치 않을 거라 믿었지만, 결국 낙엽처럼 떨어져 흩어졌다.
서로를 얽매지 않는 자유로운 바람처럼
가을이 깊어질수록 너의 기억이 아련해진다.
너를 떠올려도 눈물이 흐르지 않는 날,
그때는 비로소 파란 하늘을
맑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