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
시험 기간의 마지막 날, 마지막 교시 시험을 끝내고 교실을 나섰다.
어른이 되어 다시 학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 위에서 웃고 있다.
왜 내가 다시 공부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로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생기 넘치고,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나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내 대학 시절은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저 졸업을 향해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루고 싶은 꿈도,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도 없었다.
그저 시간에 떠밀려 살았을 뿐이다.
반면, 지금의 학생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똑 부러지게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학창 시절을 후회 없이 보내고,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와 달리 나는, 학업에 전념하지 못했던 과거를 종종 후회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후회로 끝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믿으며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나에게도 한계는 분명히 존재했고,
공부에 대한 열정과 달리 나만의 비결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의 과정에 만족하기로 했다.
직장, 학업, 가정, 자녀 양육 등 어느 하나 완벽하게 해내지는 못할지라도,
분주한 나날 속에서 나 자신을 위로해 주는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자."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은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때때로 내가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다른 위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지나간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된 삶을 살고 있으며, 성공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알기에 존경스럽다.
그들의 직책보다는, 그들이 살아온 고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이제야 나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 배움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 후회보다는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되어주고 있다.
이 순간, 나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을 이제는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자녀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것도 이것이다.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해. 하루하루가 쌓여서 네가 되고, 네 삶이 되어가는 거야.”
잔소리는 하지 않지만, 부드럽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가족 모두가 평생 배우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혹시 누군가 나처럼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더 설레고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