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란 Oct 11. 2024

일상에서 찾은 작은 이야기

헉! 도둑으로 몰릴 뻔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나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난다. 새벽까지 일을 하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면, 햇살에 눈부신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한낮이 되어도 피곤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지만, 아이를 돌보는 일은 나의 컨디션과 상관없이 시작된다. 사랑은 기본이고, 책임감은 필수다. 어젯밤에는 밀린 일을 처리하느라 새벽 3시까지 일했지만,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준비물을 확인해야 한다. 늦게까지 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몸은 점점 물먹은 솜뭉치처럼 무거워진다.


우리 집 두 아이는 성향이 달라 모든 것을 한 번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둘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유튜브를 시청할 정도로 여유롭고, 나를 깨워주는 알람 역할도 한다. 9시까지 등교하면 되지만, 8시에 시작하는 아침 운동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만큼 부지런하다. 그런 둘째가 기특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피곤하다. 학교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 모든 게 내 몫이기 때문이다.

둘째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이제 첫째를 깨워야 한다. 중학생인 첫째는 늦게 자는 습관이 있어 일어나기 힘들어한다.


“5분만 더!”

몇 번을 외친 끝에야 겨우 일어난다.


“지각은 9시 15분부터니까 괜찮아.”

9시를 넘기는 대신 청소를 하면 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우리 첫째는 학교 청소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큰 아이를 보며, 과연 아이들이 어떻게 저마다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드는 하루였다.


아이들을 차례로 등교시키고 나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매일 계단을 이용한다. 집이 제법 높은 층에 있어서 계단 오르기만으로도 운동 효과가 꽤 크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나에게 계단 오르기는 훌륭한 대안이 되어 준다. 그 덕분에 운동을 하고 있다는 위안도 얻는다.


계단을 오르며 휴대폰으로 쌓인 메시지를 확인하고 스케줄을 체크하다가, 오늘이 글을 연재하는 날임을 떠올렸다. 글감에 대해 생각하며 집 앞에 도착해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도어락에서 삐삐삐 에러 소리가 난다. 몇 번을 다시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아 고개를 들어보니, 헉! 내가 서 있는 곳은 우리 집이 아닌 위층이었다. 순간 도둑이 된 기분에 휴대폰을 얼른 주머니에 넣고, 계단을 타고 황급히 내려왔다.


쿵쾅쿵쾅, 심장소리가 귀에서 요란하게 들리는 듯하다. 얼마나 놀랐던지, 만약 주인이 나와 눈이라도 마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아찔해졌다.


그 짧은 순간, 내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가끔 우리 현관에서 도어락 소리가 들려도 문이 열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소리의 답을 찾은 듯하다. 우리 아파트는 집집마다 도어락이 똑같아서나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헛웃음이 나온다. 앞으로는 남의 집 도어락을 누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

도둑으로 몰릴 뻔한 사건이 조용히 끝나서 다행이다.

이런 소소한 해프닝을 통해 일상에서 겪는 실수들이 얼마나 쉽게 생길 수 있는 지 깨달았다.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또 있을까, 궁금한 하루였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