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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문화답 Jun 04. 2024

100일간의 사랑

파랑새는 올 거야

사랑에 빠지고 싶어


가지를 뻗고 잎을 키우면

내려와 앉을 거야


고대(待)하고 있거든

그러니 어서 나에게로


깃털을 고르고 노래를 불러

발톱으로 낸 생채기도 괜찮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더운 날이 지나갈 무렵

잎에 수분이 마르고

파랑새는 갔다


울음조차 남기지 않은 채

향기조차 남기지 않은 채


언젠가처럼 하늘을 보지만

내 곁에도 내 마음에도 없다

파랑새는 그때도 없었던 걸까


100일간의 사랑이라고

사라진 것은 사랑이라고

잎을 떨구고 가지를 내린다


바람 자락은 스산하게 지나고

그리움만 다시 헛헛하다


계절이 한두 번쯤 바뀌고

내 마음이 돌처럼 굳어지면

파랑새는 다시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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