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는 올 거야
사랑에 빠지고 싶어
가지를 뻗고 잎을 키우면
내려와 앉을 거야
고대(苦待)하고 있거든
그러니 어서 나에게로 와
깃털을 고르고 노래를 불러
발톱으로 낸 생채기도 괜찮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
더운 날이 지나갈 무렵
내 잎에 수분이 마르고
파랑새는 갔다
울음조차 남기지 않은 채
향기조차 남기지 않은 채
언젠가처럼 하늘을 보지만
내 곁에도 내 마음에도 없다
파랑새는 그때도 없었던 걸까
100일간의 사랑이라고
사라진 것은 사랑이라고
잎을 떨구고 가지를 내린다
바람 자락은 스산하게 지나고
그리움만 다시 헛헛하다
계절이 한두 번쯤 바뀌고
내 마음이 돌처럼 굳어지면
파랑새는 다시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