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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성범 Mar 24. 2022

3월의 설렘

교문에서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볼트가 너트를 조이듯 그들 시선은 교실 입구에 고정되어 있다. 그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맞다. 그들은 1학년 신입생 엄마이다. 그들 집과 학교는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지만, 벌써 3주째 아이 마중을 나오고 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엇이 걱정되실까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빙그레 웃는다.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그들은 아이의 적응을 걱정하고 있다.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지 불안할 것이다. 선생님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지 두려울 것이다.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 문을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를 발견하는 순간, 엄마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봄 햇살이 엄마 얼굴에 접혀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다. 욕심이 빠진, 아이 존재만으로 감사가 들어찬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선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아이 귀에 바짝 다가선 엄마의 모습이 정겹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에 봄바람도 리듬을 맞춘다. 아이는 엄마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3월 학교의 설렘 중의 으뜸은 단연 신입생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머무는 곳에는 언니들의 미소가 그림자가 되어준다. 그들의 뒷모습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늘질 줄 모른다.   

   

1학년 신입생을 환영하는 것일까? 화단 빨간색 튤립이 꽃봉오리를 열었다. 제일 먼저 핀 기념으로 내 카메라의 초대를 받았다. 튤립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보이지 않던 수술이 보인다. 불가사리를 닮았다. 암술은 오리 머리 모양을 닮았다.     

1학년 신입생들도 이 튤립처럼 자라기를 소망해본다. 선생님이 자세히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엄마의 욕심이 자라지 않고, 감사만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랑을 먹고 어른이 되어서도 설렘을 주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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