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에서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다. 볼트가 너트를 조이듯 그들 시선은 교실 입구에 고정되어 있다. 그들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맞다. 그들은 1학년 신입생 엄마이다. 그들 집과 학교는 엎드리면 코 닿을 거리지만, 벌써 3주째 아이 마중을 나오고 있다.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엇이 걱정되실까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빙그레 웃는다.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염려하는지. 그들은 아이의 적응을 걱정하고 있다. 친구들을 잘 사귈 수 있을지 불안할 것이다. 선생님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을지 두려울 것이다.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 문을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를 발견하는 순간, 엄마의 표정이 바뀌기 시작한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봄 햇살이 엄마 얼굴에 접혀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다. 욕심이 빠진, 아이 존재만으로 감사가 들어찬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아이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선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도 아닌데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아이 귀에 바짝 다가선 엄마의 모습이 정겹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에 봄바람도 리듬을 맞춘다. 아이는 엄마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3월 학교의 설렘 중의 으뜸은 단연 신입생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머무는 곳에는 언니들의 미소가 그림자가 되어준다. 그들의 뒷모습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시선으로 그늘질 줄 모른다.
1학년 신입생을 환영하는 것일까? 화단 빨간색 튤립이 꽃봉오리를 열었다. 제일 먼저 핀 기념으로 내 카메라의 초대를 받았다. 튤립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보이지 않던 수술이 보인다. 불가사리를 닮았다. 암술은 오리 머리 모양을 닮았다.
1학년 신입생들도 이 튤립처럼 자라기를 소망해본다. 선생님이 자세히 들여다보았으면 좋겠다. 엄마의 욕심이 자라지 않고, 감사만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랑을 먹고 어른이 되어서도 설렘을 주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