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렵다고 입을 모으지만 딱히 묘안은 없네요. 게다가 주변을 보면 누구는 주식으로 대박을 냈다. 또 지난해 산 아파트가 두 배나 올랐다는 등 이런 소리를 들으시면 ‘나만 왜 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마저 드실 겁니다. 이런저런 일로 시름만 가득할 뿐입니다. 이런 면에서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거품이론> 이란 게 있습니다. 제가 만든 것입니다. 시간을 내어 좀 큰 냄비나 그릇에 물을 가득 담고 식기 세척제를 한 두 방울 떨어뜨리고 힘차게 저어 주시면 거품이 넘칠 정도 가득하게 됩니다. 그대로 놓은 다음 날 아침에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거품은 이내 없어지고 물만 남아 있을 겁니다. 혹시 부동산이나 주식에 거품이라도 끼여 있는 거라면 이야기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작은(?) 위안을 삼아보시고 너무 기죽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변화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무릎이 시원치 않네요. 지인 중 의사가 있어 물어보았는데 뼈를 지탱해 주는 근육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하라는 처방전을 주네요. 언뜻 보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여실히 느낍니다. 제 무릎을 보면서 직장인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국엔 그저 오래 다니는 게 상책(?)인데... 그 게 맘처럼 되지 않은가 봅니다. 롱런(long run)을 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언젠가 강의를 하면서 직장인을 두 부류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직장+인>과 <직+장인>입니다. 여기서 <직장+인>은 시쳇말로 <직장(職場)>에 다니는 사람 <인(人)>입니다. 그리고 <직+장인>은 자신의 일 바로 <직(職)>으로 <장인(匠人)>처럼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재미있는 건 같은 <직장인>인데 띄어쓰기 하나로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는 거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직장+인>은 <표류인>입니다. 그냥(?) 다니면서 월급 받고 나름 삶을 꾸려가는 겁니다. 흔히 말하는 샐러리맨입니다. 이들은 일에 치여서 마치 <포로> 같은 삶을 보냅니다. 다소 수동적으로 삽니다. 반면에 <직+장인>은 <축적인>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 즉 <직(職)>으로 무엇인가 이뤄서 <장인(匠人)>의 경지에 오르려고 노력합니다. 샐러턴트(샐러리맨+컨설턴트)입니다. 일에 치이지 않고 일을 주도하는 <프로>입니다. 대개 능동적으로 사는 편입니다. 이 이야기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장(職場)+인(人)> -> 표류인 -> 샐러리맨 -> 포로 -> 수동적
▪ 직장인 〓
<직(職)+장인(匠人)> -> 축적인 -> 샐러던트 -> 프로 -> 능동적
그런데 <직장+인>으로 살 것인지 아니면 <직+장인>으로 살 것인가는 선택입니다. 인생에서 선택도 자신의 몫이고, 그 결과도 자신의 몫입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이 있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자기 살 길을 도모한다.’라는 뜻입니다.
얼마 전 후배가 찾아왔습니다.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가야 하나 하는가에 대한 자문을 구하더군요? 후배에게 전해준 처방전이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루틴을 만들기> 이름 하여 <4기 전략>이었습니다. 그것을 소개합니다.
첫째, 기(起)입니다.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기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힘이 드실 겁니다. 그러나 늘 똑같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다르게 시작하실 겁니다. 새벽은 자신을 넘어서는 법을 가르쳐 줄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하루 1시간을 덤 더 사는 셈입니다.
둘째, 기(基)입니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기초’를 단단히 해 놓으시기 바랍니다. 단거리 선수와 마라톤 선수는 쓰는 근육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거리 선수는 속(速) 근육(순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근육)을 마라톤 선수는 지(遲) 근육(지구력을 발휘하는 게 적합한 근육)을 훈련을 통해 키운다고 합니다. 당신이 100년 인생을 살아가려면 어떤 근육이 필요할까요? 그 근육을 키워보시기 바랍니다.
셋째, 기(技)입니다. ‘기술’ 하나 정도는 일터에서 만드시기 바랍니다. 일터는 이 기술을 가르쳐 주는 학교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퇴직 후 보면 기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삶의 질이 다르더군요. 퇴사를 할 때 맨손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나오셔야 합니다.
넷째, 기(記)입니다. 오늘부터 ‘기록’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서도 좋고 아니면 일과 중 떠오른 아이디어나 생각 등을 노트에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축적이 되면 당신에게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쓰면 언젠가 쓰임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보시기 바랍니다. 일상이 인생입니다.
후배와 헤어지면서 끝으로 이런 당부를 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질 게 없네!” 결국 무엇인가 일단 해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자! 이제 이 ‘사(四)기’ 전략을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인생은 아마도 ‘사기(士氣)’ 충천할 겁니다. 또한 어떤 <역경>이 오더라도 <역전>을 노릴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입니다.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