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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림 Feb 09. 2016

산을 오르다 보면

사람을 만난다.

산을 오르다 보면 마라톤의 사점과도 같은 구간이 나온다.

어디까지 온 건지, 끝이 어딘지 막막함에 숨이 턱 막혀올 때가 있다. 이는 특별히 체력이 붙여서도 아니고 산이 험준해서도 아니다. 끝없이 우거진 나무들이 같은 그림을 하고서 계속해서 펼쳐져 있기에 그 어떤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등산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런 두려움이 곧 해소될 것을 안다. 사점을 극복하는 힘은 단연코 사람이다. 막막한 구간을 걷고 걷다 보면 내려오는 사람, 혹은 먼저 올라가던 사람을 만난다.


아! 혼자가 아니구나!

이 문장 한 줄이 나의 허벅지에 힘을 가한다. 나도 갈 수 있다. 이 길의 끝에는 기어이 정상이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긴다.


정상을 오르는 동안 무수한 사람을 만난다. 한참 어려 보이는 꼬맹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 부부동반  혹은 불륜 동반으로 보이는 어른들. 안면조차 없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만나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같은 길을 늘 함께할 거라 믿었던 사람이 배신을 하면 그 길이 평탄한 길일지라도 낭떠러지에 고꾸라지는 기분이 드는데, 안면도 없는 사람에게 느끼는 동지애는 또 무엇일까.



사람은 연대를 해야 산다.

연대는 갖은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저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믿자. 두려움 없이 믿자.

이 길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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