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술지에서 찾은 직장생활 꿀팁
조직심리학자들이 조직을 보는 관점은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다.
결과 지표를 성과 혹은 성과를 대신할 수 있는 변수를 놓고 영향력이 큰 선행 변수를 찾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성과에 영향을 미칠만한 조직, 사람, 일, 환경 요인 등을 찾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조직문화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한다.
조직문화는 학자들마다 다른 정의를 제기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가치관, 신념, 이념, 관습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본 요인'으로 정의한다. 또한, 조직문화의 특성으로는 실체가 없는 무형의 관념체계이고, 외부 환경에 적응하면서 역사적으로 형성되며 조직과 구성원들에 의해 학습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정리한다. 조직문화의 구성요소로는 조직 내 관계와 행동의 본질인 기본 가정(basic assumptions),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되는 가치(values), 조직의 심볼이나 이야기, 상징물과 같은 인위적 가공물(artifacts)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가 필요한 이유에 관해서는 조직구성원에게 정체성과 동질성 및 행위지침을 제공하고 조직몰입의 촉진과 사회시스템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상이 조직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의 주된 관점이라면, 조직심리학자들은 어떤 조직문화가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성과와 관련 없이 조직문화가 정체성과 동질성을 높이는 기능만을 수행한다면 문화로서의 의미는 충분히 있지만, 조직심리학자들에겐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주제로 전락한다.
그렇다면, 조직문화는 정말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까?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는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 조직의 조직문화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JOB(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발표된 연구로부터 답을 찾아보자. 에이온 휴잇(Aon Hewitt)과 데니슨 컨설팅(Denison Consulting)의 컨설턴트, 그리고 미시간주립대학교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Business School)의 교수들이 뭉쳐 조직문화와 성과와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연구진들은 우선 조직문화가 바껴야 성과로 이어지는지, 성과를 내야 조직문화가 바뀌는지를 확인하고자 했고, 만약 조직문화가 성과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찾고자 했다. 이들은 무려 6년 동안 95개 자동차 대리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조직문화와 성과와의 선후 관계와 성과에 미치는 경로에 관해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문화의 변화는 4번의 걸쳐 측정했으며, 성과는 각년도별로 6번 측정했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걸쳐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어떤 변수의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한 번의 측정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의 사건이 먼저 나타나고 연이어 뒤의 사건이 나타나면 앞의 사건이 뒤의 사건의 원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를 전후인과의 오류(post hoc fallacy)라고 한다. 우리 속담에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가 대표적인 예다. 까마귀는 아무런 의도 없이 그저 날았을 뿐이고, 그때 마침 배가 떨어진 것이다. 까마귀는 배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아무 관계 없이 우연히 생겨난 일을 인과관계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만약 우연이 아니라, 그 까마귀가 날 때마다 배가 떨어졌다면 어떨까? 이때는 인과관계를 충분히 의심해 볼만하고 그 이유를 밝혀낼 가치가 있다. 조직문화와 성과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단 한 번만 측정한다면 우연에 의한 것인지, 인과관계로 인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따라서 오랜 기간 시간을 두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이를 봐야 비로소 명확한 관계가 드러난다.
6년간의 연구를 종합한 결과, 연구자들은 조직문화가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 성과향상을 위해선 조직문화의 개선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문화의 개선 효과는 그 즉시 나타나지는 않았다. 대략 4년 후에 성과에 영향이 있음이 드러났다. 현재 조직문화 개선활동에 관한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조직문화는 분명,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다.
<조직문화와 고객만족, 그리고 성과 간의 매개 모형>
출처: Boyce, A. S., Nieminen, L. R., Gillespie, M. A., Ryan, A. M., & Denison, D. R. (2015). Which comes first, organizational culture or performance? A longitudinal study of causal priority with automobile dealership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6(3), 339-359.
조직문화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살펴보니, 고객만족이 완전매개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조직문화가 직접적으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가 고객만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높아진 고객만족도가 성과를 향상시켰다는 의미다. 이 말은 고객만족에 긍정적 영향이 없는 조직문화는 성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당장 당신 조직의 조직문화를 점검해 보라. 고객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 가치와 행동 지침인지를 따져 보라. 만일, 결속력과 정체성, 동질성, 내부 구성원의 만족만을 지향하는 조직문화 체계라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의 조직문화가 우리의 고객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명확히 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