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지성은 개개인이 올린 성과보다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우수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는 사고의 다양성이다. 사고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누군가의 의견에 동조되기 시작할 때, 집단 사고(group think)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는 경향성이 지나친 조직일수록 집단 사고가 빈번하다. 집단 사고가 형성되면, 리더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심지어 비윤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결정조차도 정당화시킨다.
집단 사고(group think)를 일으키는 핵심 키워드는 동조(conformity)다. 동조는 사회적 규범 혹은 다수의 태도나 의견에 따라 개인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것을 말하는데, 집단의 압력이 느낄 때 심화된다. 사회심리학이 동조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사람들이 집단의 압력이 실제하지 않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동조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심리학 역사 상,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실험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1955년에 진행된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이다. 실험실엔 원탁이 준비되어 있고, 여섯 명의 참가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실험이 시작된다. 이 사람들에게 실험자는 차례로 질문을 던지는데, 참가자들은 기준으로 주어진 선분과 같은 길이의 선분이 어떤 것인지 답해야 한다. 누가 봐도 답은 A로 명백하지만, 첫번째 참가자부터 B라고 엉뚱한 답을 하기 시작한다. 다음 참가자 역시 자신있게 B를 외치고, 마지막 참가자가 답하기 직전까지 모든 참가자들의 답은 B로 일관된다. 그리고 마지막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지자, 이전에 답했던 다섯 명의 참가자가 일제히 마지막 참가자를 쳐다 본다. 사실, 이 다섯 명은 실험자와 사전에 공모한 사람들이다. 이 실험에서 75%의 참가자는 적어도 한 번은 동조 반응을 나타냈다.
동조가 발생하는 이유에 관해선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다수가 경험적으로 옳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집단으로부터 배척 당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어떤 중요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집단 내 절대 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답을 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애쉬의 이 매력적인 실험은 다른 연구자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연구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바로 이 질문이었다.
동조 효과를 없애는 가장 훌륭한 대안은 무엇일까?
연구 결과, 앞서 다섯 명 중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A라고 정답을 외치는 영향력이 가장 컸다. 사람들은 단 한 명의 정답자가 나타난 경우엔 집단의 의견에 결코 동조하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정답자의 영향력만이 클까? C라고 또 다른 오답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UC버클리 심리학과 찰란 네메스(Charlan Nemeth) 교수는 오답도 사람들의 정답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함을 발견했다. 실험실엔 네 명이 참가자가 한 개조로 참여한다. 과제는 총 두 번에 걸쳐 실시되는데, 화면에 제시된 슬라이드의 색상과 밝기를 맞추는 과제다. 먼저 스무 장의 밝기가 다른 파란색(blue) 슬라이드가 제시되는데, 모두 아무 문제 없이 과제를 수행한다. 이후에 제시되는 과제는 스무 장의 밝기가 다른 빨간색(red) 슬라이드다. 이제 네 명 중 실험자와 공모한 3인은 일관되게 빨간색(red)을 주황색(orange)이라고 외친다. 이때, 마지막 참가자는 20장의 빨간색 슬라이드를 보며, 평균 14차례 주황색이라고 답을 했다. 동조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다음 실험 역시 처음엔 스무 장의 밝기가 다른 파란색 슬라이드가 제시된다. 그런데, 이 때 파란색(blue)을 녹색(green)이라고 틀리게 말하는 사람이 나타난다.이어진 두번째 과제에서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실험자는 스무 장의 빨간색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3인은 지속적으로 주황색이라고 외치는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결과는 첫번째 실험과 달랐다. 마지막 참가자가 빨간색이라고 매번 정확히 답을 했던 것이다. 비록 오답이지만, 용기 있는 오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집단의 동조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직 내 집단 지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바보 같은 오답조차도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바보 같은 오답이 지금 당장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조직 내 무언의 동조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해답이 될 수는 있다. 집단 지성을 중시하는 조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오답을 말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직은 학교가 아니다. 주로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학교에서 오답은 잘못된 생각의 과정을 의미하지만, 조직에서 흔히 접하는 문제들은 정답이 딱 주어진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오답이라고 여겨지는 발언이 곧 무조건 틀린 답이라 볼 수 없다. 보다 나은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조직과 리더는 오답을 말하는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고 오답과 오답을 말하는 사람에 의도적으로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 방식이 조직의 장기 성과에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