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우 Sep 06. 2023

[브런치북] 장고 끝에 악수둔다?

자기계발서, 새빨간 거짓말

어떤 일에 긍정적인 느낌이 뜰 때가 있다. 이런 느낌일 때, 과연 결과도 좋을까?

반대는 어떨까?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자꾸 불안하고 걱정이 든다. 결과도 안좋을까?

그럼, 이번엔 어떤 일에 긍정적인 느낌과 부정적인 느낌이 공존한다면 결과는 어떨까?


우리가 어떤 일, 사람, 문제에 대해 긍정적 생각과 느낌이 듦과 동시에 부정적 생각과 느낌을 갖는 심리적 갈등상태를 "주관적 양가감정(subjective ambivalence)"이라고 한다. 조직이라면 대개 구성원들보다는 리더들에게 보다 흔하게 나타나는 심리 현상이다. 리더의 위치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들을 절충하면서 다뤄야 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목표 관리만 해도 그렇다.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 서로 다른 부서 또는 이해관계자의 상충되는 요청을 조정하는 일도 마찬가지고, 팀 내 다양한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할 때도 긍부정은 공존한다.


그런데, 이런 양가감정으로 유발된 행동이 부하직원의 동기와 팀 성과 관리에 긍정적 결과를 낳을까, 부정적 결과를 낳을까?

양가감정으로 인한 리더의 태도는 자칫 우유부단해 보이기 쉽다. 목표나 방향성을 명확히 가져가기도 어렵고 명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취해 팀 내 사기를 저하시킬 우려도 있다.


그런데, 최근 리더의 양가감정이 팀 성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를 살펴보면, 리더의 양가감정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지만, 양가감정이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일에 양가감정이 도움이 될까?


우리가 주관적 양가감정을 경험한다면, 아직 확실한 결단을 내린 상태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양가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모호함을 회피하는 기제를 타고 났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두 가지 게임을 제안한다면 어떤 게임을 하겠는가?


A. 100% 확실한 100만원 얻는 게임

B. 50% 확률로 200만원을 얻을 수도 있고, 50% 확률로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게임


인간은 모호함을 회피하고 확실성에 집착한다. 확실성이 인간의 생존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모호함을 회피하려는 본능이 없었다면 보험(insurance) 비즈니스는 아예 탄생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불확실성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기 위해 확실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바로 이 장면에서 양가감정이 도움이 된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언제 양가감정을 느낄까? 아마 당면한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좋은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하는 상태일 것이다. 이때는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할 동기가 높다. 소위 말해 정보추구행동(information-seeking behaviors)을 더 많이 보인다.


리더 역시, 어떤 사안에 답을 확실히 알고 있다면, 정보추구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리더가 팀원들에게 정보추구행동을 보인다면, 팀원들은 리더가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를 목표로 자신들에게 보다 겸손한 태도로 접근한다고 여길 것이다. 이때, 팀원들이 자신의 리더를 신뢰하고 매력적으로 느낀다면, 리더의 정보추구행동을 모방하며 팀 내 더 많은 정보추구행동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과정을 통해 팀 내 지식, 아이디어, 기술 및 능력의 활용은 극대화되며 성과 또한 높일 수 있다.


인디애나대학교 켈리스쿨(Kelley School of Business)의 크리스티아노 과라나(Cristiano Guarana) 교수 등의 연구진은 164명의 리더와 725명의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의 양가감정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 인사심리학저널(Personnel Psychology)에 발표했다. 우선 리더의 양가감정은 긍정정서나 부정정서, 무관심과 같은 정서에 비해 리더의 정보 추구 행동을 더 많이 보이게 했다.


Guarana, C. L., Rothman, N. B., & Melwani, S. (2023). Leader subjective ambivalence: Enabling team task performance via information‐seeking processes. Personnel Psychology, 76(3), 913-944.


외향형(extraversion)의 리더는 내향형의 리더에 비해 정부추구행동을 더 많이 보였지만, 외향형의 리더가 팀 전체의 정보추구행동을 높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양가감정을 느낀 리더의 정보추구행동은 팀 전체의 정보추구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모든 프로젝트에 리더의 양가감정이 도움이 됐을까?


그렇지 않았다. 리더의 양가감정이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는 복잡하고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 한했다. 쉬운 프로젝트의 경우 리더의 양가감정은 정보추구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누가 봐도 쉬운 문제를 리더가 양가감정으로 고민하고 질문을 한다면, 어떤 구성원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아마 리더는 쉬운 프로젝트의 경우,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한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질문하기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리더의 양가감정은 어렵고 복잡한 프로젝트에만 힘을 발한다. 단순한 프로젝트라면 리더가 양가감정을 보이는 것이 성과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리더들이여, 어렵고 복잡한 프로젝트를 혼자 고민하지 마시라. 팀원들에게 양가적 태도(ambivalent attitude)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마시라. 팀원들은 당신을 결단력이 없고 우유부단한 리더라고 여기지 않고, 겸손하고 본받고 싶은 리더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도 더 좋은 정보를 구하기 위해 팀 내외에서 정보추구행동을 더 많이 나타낼 것이다. 팀의 집단지성과 성과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만 유의하자. 평소 신뢰가 없고, 인간적인 매력이던, 전문적인 역량의 매력이던 간에  매력이 없는 리더는 이러한 양가감정으로 인한 이득을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