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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Jul 02. 2024

해불양수 ; 얌체 꼰대 구별말고 다 받아주어라

사자성어로 돌아본 직장 20년, 앞으로 20년


해불양수 (海不讓水)


바다는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는다
 ※ 모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포용해야 함을 이르는 말


해불양수. 어떠한 물도 사양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여 바다가 거대한 대양을 이루듯, 크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받아 들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치열한 회사에서 어떻게 모든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어려운 일을 피하는 얌체 일꾼,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사기를 저하시키는 꼰대 일꾼, 자리 차지만 하는 장수 일꾼을 모두 포용하라고? 회사가 자선단체인가? 업무 공백으로 1인 3역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포용하라는 말인가?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견제하며 아등바등 21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해불양수.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이제는 받아들인다. 결국 해불양수 일꾼이 크게 되었데. 해불양수로 동료를 감싸던 일꾼이 오래오래 살아남았다.


  현 책임은 열정 일꾼을 지나 숙련 일꾼으로 신규 사업 TFT 를 이끌고 있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다. 일꾼은 일로서 평가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어려운 일을 피하는 얌체 일꾼을 찾아내어 회의석상에 공개적으로 비난하였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어 회의 분위기를 망치는 꼰대 일꾼은 무시하였다. 장수 일꾼은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했다. 신입, 열정, 숙련 일꾼들과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여 잘 수행되는 듯싶었으나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조건으로 결국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쏟아부은 열정과 노력을 회사에서 인정해 주리라는 믿음과는 달리 현 책임은 저성과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더해 인성과 리더십에 의구심을 받아 홀로 지방으로 좌천된다. 적대시했던 얌체 일꾼, 꼰대 일꾼, 장수 일꾼을 통해 프로젝트 기간 모질게 했던 행동들이 회자되었던 것이다.


  6개월 전 스타 일꾼의 충고가 떠오른다.

  '현 책임. 네 회사야? 왜 그렇게 모질게 해. 적을 만들지마. 현 책임 일 잘하는 거 알지. 그런데 현 책임 잘 모르는 사람은 다들 오해한다고. 살살 좀 해. 사람들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말고. 잘 한다. 잘 한다 칭찬도 좀 하고.'


  현 책임은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일하는 방식, 사람과 거칠게 부딪치며 일을 추진하는 걸 누구한테 배웠는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한테 뭐라고 하는 건가? 당시 현 책임은 놓치고 있었다. 스타 일꾼은 신분 세탁을 해서 과거의 이미지에서 살짝 이나마 벗어났고, 지금은 현 책임이 제일 별나 보인다는 것을.


  현 책임은 지방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다. 현 책임이 무시하던 꼰대 일꾼은 새로운 프로젝트 PM 이 되었고, 얌체 일꾼은 스타 일꾼의 눈에 들어 비서 실장 노릇을 하며 참모로서 편안히 잘 묻어가고 있다. 장수 일꾼은 소싯적 고객사와의 친분을 통해 실패한 프로젝트 재계약을 진행하고 있단다.


  지난 시절 독야청정하며 열정 일꾼, 숙련 일꾼으로 승승장구하던 현 책임은 해불양수의 미덕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주변 흐르는 물은 미비한 지방사업장이지만 어떠한 물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한 줄기 한 줄기 모으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해불양수_직장인 해설]


열정 일꾼, 숙련 일꾼을 편애하는가?
얌체 일꾼, 꼰대 일꾼을 미워하는가?
일만 바라보며 적을 만들고 있는가?


  학창 시절 외우던 포은 정몽구 선생의 '단심가'는 지조, 절개, 충성심을 모범이라 칭송받았다.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고,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 생각하고 일만을 바로 보았다. 일로서 일꾼을 평가하고, 손발이 척척 맞는 일꾼들만은 존중하고 어울렸다.

 "일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노래했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21년차 직장인. 이제는 이방원의 '하여가'가 현명한 일꾼의 시로 손꼽는다.

  "얌체면 어떠하리, 꼰대면 어떠하리. 다 같은 회사 노예건만 서로 얽혀 정년까지 누려보세." 노래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려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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