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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출근 詩, poem 3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by 심 취하다
맛 좀 볼래?


단맛


열정 일꾼 진급했네

숙련 일꾼 우수사원

스타 일꾼 칭찬격려


신맛


신입에겐 하하 호호

경력에겐 숙제 가득

얌체 일꾼 정시퇴근


쓴맛


선배에게 성과 양보

내가 한일 뺏어가네

동기진급 나는 누락


짠맛


내 월급은 언제올라

출장 비용 부족하네

열일해도 평가 보통


매운맛


스타 일꾼 소리치네

고객사의 재촉 전화

내부감사 회계감사


인간의 감각이 느끼는 맛의 종류가 있듯 일꾼도 다양한 맛과 함께 한다. 아쉽게도 단맛은 아주 짧은 순간이다. 쓴맛, 짠맛, 매운맛, 신맛으로 채워진 하루를 보낸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쓰고 매워서 힘들어하던 하루였지만, 감각이 무뎌져 아무렇지 않은 듯 출근길에 오른다.

20 세기 초에 새로운 맛이 발견되었다. 우마미(umami)라는 맛으로 해조류 국물에 들어 있는 글루타메이트가 이 맛을 낸다. 우리말로 하면 '감칠맛'이다. 진급, 성과급, 급여 인상과 같은 단맛은 비용이 많이 들기에 회사는 감칠맛을 이용하여 일꾼이 계속 일을 하도록 독려한다. 복지포인트 30만원, 도서지원비 5만원, 통신비 3만원, 기업회원 휴양소 추첨, 워케이션이나 자율근무시간 등 다양한 근무 제도를 도입하여 감칠맛을 제공한다. 일꾼은 감칠맛에 중독되어 쓴맛, 매운맛의 고통을 잊은 채 어김없이 출근을 반복한다.

오늘은 어떤 맛이 나를 기다릴까? 오늘 단맛이 아니어도 좋다. 쓴맛이 있기에 단맛이 더 달달해진다. 오늘의 쓰디씀이 내일의 단맛을 더 달달하게, 내일의 감칠맛을 더 맛있게 해 줄 테니. 출근 길. 출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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