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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Sep 04. 2024

산 ; 출근 詩, poem 3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OO 년산(産) 일꾼
산(山) 을 바라보다



3년산 신입 일꾼

은 높고 잡일은 많다


8년산 열정 일꾼

 오르고 또 오르네


12년산 얌체 일꾼

 속 숨을 곳은 많다


18년산 숙련 일꾼

 넘어 산 헤쳐나가네


21년산 꼰대 일꾼

메아리 잔소리 메아리


25년산 스타 일꾼

 넘고 강 건너 임원 승진


30년산 장수 일꾼

은 산이요, 일은 일이로다


 입사를 했다. 3년차 선배 일꾼은 작은 언덕처럼 느껴져 다가갈 수 있었다. 8년차 열정 일꾼은 산처럼 느껴졌고 12년차 얌체 일꾼은 깊은 산속에 꼭꼭 숨어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을 청하기 어려웠다. 18년차 숙련 일꾼은 태산처럼 높아 보였다. 가끔 스쳐지나가며 인사하는 스타 일꾼은 회사 전체를 휘어감는 태백산맥처럼 웅장했다. 꼰대 일꾼의 잔소리는 깊은 산속 메아리처럼 계속해서 내 귓가를 때렸다.

  신입 일꾼은 작은 언덕을 오른다. 선배가 올랐던 길을 따라 산에 오르고 또 오른다. 오르고 올라 태산처럼 느껴지던 숙련 일꾼이 되었다.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함께 저 멀리까지 이어진 높고 높은 산맥을 본다. 저 멀리 새로운 산을 오르다 하산을 하는 선배 일꾼이 보인다. 산맥처럼 높아 보이던 선배의 어깨가 작게 느껴진다.

  '나도 언젠가 저 내리막을 따라 하산을 해야겠지'

  정상만을 바라보며 오르고 또 올랐다. 내 앞에 펼쳐진 내리막이 낯설기만 하다. 오르기만 한 탓에 내리막을 걷는 것이 서툴다. 오르고 또 오르다 힘을 다 쓴 것일까? 다리에 힘이 풀린다. 다시 무릎에 힘을 준다. 발바닥을 굳건히 내딛어본다. 잘 내려가야 다시 오를 수 있다. 지금의 내리막을 하산이 아니다. 새로운 등반을 위한 준비이다. 출근 길 즐거운 하산을 한다. 새로운 산을 꿈꾸며. 출근 길, 출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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