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 시즌이다. 신규 아이템 발굴로 고뇌하고 있다. 인원, 회사 역량은 그대로이건만 매년 신규 아이템을 반영하란다. 팀장 일꾼이 지시한다. '다른 팀 어떤 거 하는지 살짝 알아봐.'
신입 일꾼은 다른 사업무 동기에게 물어 한 두줄 소제목을 살짝 알아온다. 팀장에게 혼난다. '이 제목으로 뭔지 어떻게 알아?' 신입 일꾼은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아, 살짝 알아보라며!'
열정 일꾼은 인맥을 활용하여 꼬치꼬치 조사한다. 팀장에게 혼난다. '동네방네 스파이질 한다고 소문을 내라. 내. 응!' 열정 일꾼은 자리에 풀썩 앉아 혼자 말한다. '지난번에는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조사하라며!'
♪ 살짝 - 남의 눈의 피해 재빠르게 최대한 자세히 조사해 오시오.
사업계획 제출 마감이 다음 주 목요일이다. 마감기한이 다가오자 숙련 일꾼에게 일이 몰린다. 꼰대 일꾼이 지시한다. '숙련 일꾼 바쁘니 살짝 업무지원 해줘'
신입 일꾼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서류 정리 등 잔업무을 도와드린다. 꼰대 일꾼에게 혼난다. '깨작깨작 하지 말고, 내 일이다 생각하며 지원하라고.' 신입 일꾼은 당황스럽다. '아, 살짝 업무지원 하라며! 살짝.'
열정 일꾼은 바쁜 숙련 일꾼을 생각해 내 일을 제쳐두고 지원한다. 팀장 일꾼에게 혼난다. '내가 시킨 보고서 아직이야? 뭐 하는 거야? 네 일이나 똑바로 하고' 업무지원을 지시한 꼰대 일꾼은 모른 척한다.
♪ 살짝 - 네 일은 당연히 네가 알아서 다 하고, 힘들여서 가볍지 않게 지원하시오
드디어 사업계획을 작성하였다. 팀장 일꾼에게 보고를 한다. '살짝 수정하면 되겠다' 팀장의 멘트에 일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가서 일을 시작한다.
신입 일꾼은 선 굵기, 칸, 글자 크기, 부자연스러운 단어를 살짝 수정한다. 팀장 일꾼에게 혼난다. '뭐야? 내가 수정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대로네.' 아, 살짝 수정하라며. 살짝 수정했다고요!
열정 일꾼은 하나둘 수정하다 보니 완성도가 높아진 듯하여 뿌듯하다. 팀장 일꾼에게 혼난다. '완전 새로운 보고서네. 네 마음대로 일하는 거야?'
♪ 살짝 - 살짝의 크기는 팀장 일꾼의 기분. 그때그때 달라요 ~~~♬♪♪♭
'살짝' 의 크기를 정량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대방에게 무언가 요청해야 하지만, 그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살짝' 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또는 많이 요청하고 싶지만 완충어로써 '살짝' 이라는 표현을 가미합니다. '살짝' 을 만나시게 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상대의 표정을 함께 보세요. 상사가 나에게 '살짝'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면, 아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 달라는 의미일지 모릅니다. 혼날 수 있지만 '살짝' 피하시기도 하시고, '살짝' 모르척하기도 하세요. 때론 '살짝' 이 아닌 '열정적으로' 대응도 하시면서 여러분의 슬기로운 회사생활이 되시길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