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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루떡 Aug 15. 2022

이정돈 해야 휴양지에서 몸 자랑을 하는구나!

코타키나발루에서도 빛나는 운동의 집념

 이번 여행을 같이 간 친구 중 한 명은 운동을 좋아한다. 어느 정도냐면 여행 가기 전 숙소를 정할 때 부대시설로 헬스장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피력할 정도였다. 힘줄이 울긋불긋 올라오는 팔이 눈에 띄던 친구는 코타키나발루에서 말 그대로 날아올랐다. 


 우리가 여행을 간 곳은 바닷가가 아름다운 휴양지 코타키나발루. 이곳에서는 물놀이가 빠질 수 없다. 고급스러운 호텔 수영장과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뜨거운 태양이 데워준 적당한 온도의 바다를 헤엄치며 노는 즐거움은 여유와 거리가 멀었던 한국에서의 삶을 잠시 동안이라도 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모든 이들의 안목을 사로잡거나 지나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화려한 하와이안 패션도 아니고 명품 수영복도 아닌,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딛고 자기 관리의 정점을 찍은 듯한 '멋진 몸'이다. 헬스장을 그토록 원하던 내 친구가 수영하기 위해 윗옷을 벗으니, 극도로 단련된 노력의 산물인 근육질 몸이 드러났다. 


 흔히 말해 '몸짱'이라고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그 몸을 가지고 당당히 수영장으로 가는 내 친구와 달리 나는 잦은 야식과 폭음으로 이루어진 축 늘어진 뱃살과 운동 부족으로 남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아 축 쳐진 가슴으로 이루어진 한심스러운 몸을 감추기 위해 꼭 윗옷을 입고 수영장으로 갔다. 


 다같이 재밌게 놀며 추억을 쌓았으나, 멋진 몸을 가진 내 친구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추억이 쌓인 듯했다. 바닷가에서 외국인들이 내 친구 몸을 보며 '요 머슬맨 머슬맨' 이러면서 근육맨 자세를 취하며 리스펙을 보냈다고 한다. 실제로 나이스 바디라는 말을 여러 번 들을 정도로 모든 걸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의 선망을 받은 듯했다.


 나는 여행으로 인해 여러 생각이 복잡하게 얽힌 상태라 좋은 몸을 가진 내 친구를 보며 대단하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만 생각했다. 다르게 말하면 나와는 관련이 없는 세상인 듯했다. 아이러니한 건 나는 살은 빼고자 하는 욕망과 몸짱이 되고 싶어 하는 욕심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그 목표를 이룬 친구와는 운동에 관해서는 다른 세상에 사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운동이 나에게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 생각을 해왔다. 그동안 운동을 해오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운동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였다. 운동은 나에게 너무도 생소한 것이었고, 잠깐 다녀본 헬스는 언제나 기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다. 운동은 나에겐 힘든 것이라는 인식이 컸다. 


 그런 생각이니 몸이 좋은 사람을 보며 드는 생각은 내가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있는 느낌이 들었고, 결론적으로 운동으로 몸이 좋아진 다는 것은 나에게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치부되며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보니. 여행 온 첫 이틀은 물놀이를 주로 하게 되면서 열심히 노력한 몸에 대한 혜택만이 눈에 띄었다. 


친구가 보내준 해외 크로스핏 인증샷

 하지만 본격적인 호캉스 기간이 시작된 3일째부턴 그 뒤에 내 사고방식을 변하게 한건, 친구가 지닌 운동을 향한 열정이었다.  내 친구는 크로스핏을 2년 이상 해왔다. 꾸준한 크로스핏을 통해 운동 수행능력과 멋진 몸을 소유하게 되었다. 여행 중간중간에 나에게 크로스핏 영업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마음이 동한 건 해외에 나가서까지 크로스핏 체육관을 찾는 친구의 모습이었다. 


 기존에도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오던 내 친구는 여행 마지막 날 크로스핏을 해야겠다며, 코타키나발루 근처에 있는 크로스핏을 알아보았고, 결국 알아내어 크로스핏을 하고 왔다. 여행지에서까지!! 난 이 모습을 보며 운동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선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목적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핑계와 자기 합리화에 갇혀 운동을 하지 않은 채 수많은 세월을 보내왔던가. 머리 좋은 사람은 운동을 못한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운동을 쉬고 싶을때 상식적인 논리와 확실한 자기 합리화로 자신을 속이기 때문이다. 외골수가 아닌 이상 운동을 꾸준히 하긴 어렵다는 생각을 해왔던 터였다. 하지만 내 친구의 운동을 하고자 하는 집념은 모든 것을 핑계로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그 친구에게 운동을 함에 있어서 어떠한 핑계나 합리화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어떤 이유든지 운동을 못할 이유는 거의 없다. 신체적인 부상이나 주변 일에 따른 큰 변수가 아닌 이상 자신의 의지  문제있은 것이다. 누구는 집 앞에 있는 헬스장도 비가 온다고 가지 않는데, 누군가는 해외에서까지 체육관을 찾아 운동을 한다. 


이런 차이를 몸소 느끼며, 좋은 몸을 같기 위해서는 운동을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느꼈다. 운동을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닌, 살을 빼기 위한 미용목적뿐만 아닌 운동 자체를 원하는 건강한 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코타키나발루에서 돌아와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해보려 한다. 이제 핑계와 합리화는 물리쳤으니, 내 몸에도 극적인 변화가 찾아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언젠간 운동에 관한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작은 가능성을 지닌 사고의 변화에 이번에는 진심으로 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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