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사형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형제도(3)

by 홍구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은 사형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인간은 절대 교화되지 않음. 점점 더 악질 범죄자가 될 뿐. 더 큰 피해 방지를 위해서라도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야 함.”

“법 좀 강화하자. 사형 안 시키려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만들어라”

“무기징역은 가석방이 될 수도 있는대.. 20대에 사고 치고 40-50대에 나올 수 있는데.. 무기징역 살다가 나와도 80-90에 나오게 해야 나와도 뭘 못하지. 죽은 사람 인생 뭘로 보상받나.”


최근 일명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는 무차별 범죄가 극성을 부리면서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거면 최소한 이들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할 수 있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기저에는 무기징역이라는 일견 중해보이는 형을 선고받더라도, 20년 이상 형기를 보내고, 모범수 생활을 하면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고 심사를 통해 가석방을 받아 사회로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청주에서 택시 운전사로 일하며 최소 3명의 여성을 강간, 살해한 안남기는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모범수 생활을 하며 가석방을 꿈꾸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인 이춘재는 DNA를 통해 진범이 밝혀지기 전까지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었으나, 1급 모범수로 분류되어 있었고 수감 기간도 20년 이상이어서 가석방 신청도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모범수 가석방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회에 나와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살아갔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밝혀진 죄에 대해서만 형기를 받았기에 실제로 어느 정도로 흉악한 사람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 길이 없고, 그들이 수감 시설에서 보이는 행동이 모범적이었고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해서 사회 복귀 후에도 그러한 모습을 유지했을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수감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환경에서 보이는 모습과 사회 복귀 후 그들이 맞이하는 환경은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일한 행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로부터의 격리”에 대한 생각이 이러한 관점에서 나온, 법감정에 기반한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사형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면 가석방이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여 최소한 사회에서 자유롭게 다니지는 못하게 하자, 라는 생각은 일견 사형제도의 괜찮은 대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사형 폐지론자들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사형제를 폐지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형제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병존한다면 형벌의 종류만 늘어나는 것이며 계속 더 중한 형이 선고되거나 사형이 선고되지 않던 다른 일반 범죄에까지 절대적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형을 폐지하고 이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대체하더라도, 사형을 선고하던 범죄에 일률적으로 절대적 종신형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사형이 구형되는 범죄들은 유형마다 범위의 양태나 책임 정도, 사회적 비난의 강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가석방의 가능성이 있는 상대적 종신형과 절대적 종신형을 모두 운영하며 범죄유형별로 양형의 합목적성과 일반 국민의 인식이나 법감정을 고려하여 차등적으로 적용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흉악 범죄 발생에 따라 크게 흔들리곤 한다. 국민들은 대부분 사형제도의 존치를 희망하지만, 이는 결국 흉악범을 엄벌하여 사회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사형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경우 사형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양상은 결국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사형 집행 자체가 아니라 흉악범의 영구적인 격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들을 모두 고려하였을 때,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우리는 단순히 존폐 여부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입장의 기저에 있는 가치관들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할 것인지 논의하여야 한다. 즉 흉악범의 영구한 격리를 우선시할 것인가, 아니면 이들의 교정, 교화와 성공적 사회 복귀를 우선시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들의 근본적인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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