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은 자전거 친구와..
점점 체력이 안 좋아지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정말 체력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운동도 많이 하고,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 육아와 가족,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았다. 물론 골프는 계속했지만, 연습은 많이 하지 않고 가끔 가는 라운드로는 운동이 될 턱이 없었다. 그런던 중 총각 때부터 타던 자전거가 생각이 났다. 이사를 하면서 와이프는 처분하라고 했었는데, 나와는 추억이 돈독했던 놈이라 절대 안 된다고 가지고 왔었다. 날씨가 좀 풀리니 다시 한번 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드디어 오랜 친구인 내 자전거를 다시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내 자전거는 총각 때부터 타던 자전거로 그 당시에는 카본 프레임이 대중적이지 않았어서, 알루미늄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캐논데일 캐드10 이다.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고, 요새는 카본이 워낙 대중적이라 알루미늄 프레임은 거의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알루미늄 프레임은 순간 속력은 카본에 비해 떨어지지 않으나, 속도 지속성이 떨어져서 페달을 카본프레임보다 훨씬 많이 해야 속도가 유지된다. 자전거를 구매할 당시에는 체력이 매우 자신 있었으므로 오래 탈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 자전거를 택했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방치해 놔서 자전거 샵에 가서 세차를 하고, 점검을 하는데 3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체인이 굳어서 교체해야 하고, 바테잎도 삭아서 교체하고, 전체적인 점검을 다했다. 대중교통으로 이 비용을 다 세이브하려면 100일 이상은 타야 ROI가 나올 거라는 계산으로 혼자만의 결심의 근거로 삼았다. 헬멧도 삭았는지 가죽끈 부분이 부스러기가 떨어지지만 기능상으로는 문제없어서 그냥 사용하고, 장갑은 사망해서 새로 사고, 정비를 모두 마쳤다.
드디어 5월 어느 날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다. 자전거 옷은 예전에 작아져서 와이프가 다 버리는 바람에 자전거 옷 없이 편한 옷으로 탔다. 오래간만에 탔더니 엉덩이가 매우 아팠지만 기분 좋은 날씨와 상쾌함으로 10년 만에 신이 나게 회사에 출근했다. 출근할 때 신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결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질 수 없다는 생각에 나도 할 수 있는 한 최고속도로 자전거를 탔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어 투 도어로 10km 정도가 안된다. 예전 같으면 20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30분 정도가 걸려서 출근했다. 몰랐던 사실인데, 회사에 샤워실이 있어서, 회사에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한 일주일정도 자전거로 5일을 출퇴근했다. 그 주 주말에 몸살이 나고 말았다. 너무 오랫동안 자전거를 안 타다가 무리하게 타서 그런 것 같다. 왕복해 봐야 20km도 안되고, 평균 속도도 21~3km/h정도 속도로 다녔는데, 체력이 정말 안 좋았는지 앓아누워버렸다. 나이 40대에 20대에 했던 것만 생각하고 너무 무리하게 다녔나 보다.. 후회도 되고, 한 동안 몸이 아파서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와이프는 작심삼일이라며 놀렸다.
6월에 다시 시도했다.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고, 자전거 친구가 나보고 달리고 싶다고 하는 것 같아서 다시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말고, 내 페이스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마음으로 적당한 속도로 자전거를 탔다. 이제는 한강변의 경치가 보이고, 조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퇴근할 때는 일몰도 보였다. 시간을 쟀을 때도 4~5분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고 평균 속도도 19~20km/h정도로 무리하게 탔을 때보다 얼마 차이가 안 났다. 자전거 타는 게 즐거워졌고, 여유가 생겼다. 6월에는 10번 정도 자출을 한 것 같고, 앞으로도 술약속이나 비가 오지 않는다면 자출이 디폴트 교통수단이 될 것 같다.
욕심부리기보다는 즐기는 게 더 효율이 좋다는 걸 깨달았다. 자전거도 내 체력을 생각하지 않고 남들을 의식하며 너무 빠르게만, 무리하게 타면서 몸살까지 났지만, 내 페이스를 만들어서 즐기면서 했더니 오히려 효율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업무도,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 남을 의식하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꾸준하게 하면 효율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마음대로 되는 게 별로 없어서 초조해지려고 했는데, 오래된 자전거 친구와 자출을 하면서 다시 상기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몸살 나지 않게 꾸준하게 체력을 길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