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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Mar 20. 2018

문예창작과 모의 실기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이 애완견으로 변했을 때 생긴 일

글제 :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이 애완견으로 변했을 때 생긴 일을 쓰시오.




모 대학 문창과 실기 글제다. 분량은 a4 한 장 분량으로, 제한 시간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구상 5분 제외 20분 안에 소설 하나 써보겠다. 왜? 재밌으니까


관계 나쁜 사촌형

왜? 너무 잘나서

나의 애완견이 됨 - 복수

내가 드러내고 싶은 주제- 질투/ 질투의 끝은? 

구상 1분이면 충분하다.


5:25


 "짖어 이 개새끼야"


작년, 진태형은 개가 됐다. 나는 진태형을 발로 찼다. 형은 소형견이기 때문에 살살 다뤄야 한다. 힘을 조절해서 다시 한번 진태형을 발로 찼다. 깨갱 소리를 내며 방구석에 처박혔다. 진태형의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기억 속 위선자의 얼굴은 더 이상 없다. 3평짜리 문 닫힌 방에서 우리는 절대 권력관계다. 나는 견주, 진태형은 애완견. 아니, 애완견이 아니고 그냥 개새끼다. 


 진태형은 어릴 적부터 재수가 없었다. 그의 존재는 나를 몰락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였다.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그와 지방 공대를 다녔던 나는 다른 삶을 살았다. 그는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로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다가갔다. 나긋나긋한 말투로 주변인들에게 미움받지 않았고, 성실하고 순한 성격에 길게 교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 나는 괴짜였다. 몇몇 여성은 내 얼굴만 보고 다가왔고, 나는 그런 여자들을 개 같은 년이라는 말로 내쫓았다.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겉모습만 보고, 조건만 보고 오는 역겨운 속물들이 파리처럼 들끓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는 친척들이 모이는 장소에 신붓감을 데려왔다. 그녀는 수수했고, 말이 적었다. 내 주변에 있는 쓰레기 같은 골 빈 년들과는 종부터 달랐다. 왜 나는 저런 여자를 만날 수 없는 건가? 하는 질문이 가슴속을 가득 채웠고, 그를 미워할 다른 이유가 됐다. 나는 주변에 있는 껍데기 같은 년들의 저급하고 속물스러운 행동을 적당히 맞춰주며, 먹고 버리길 반복했다. 학교에서 나는 개새끼가 됐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개새끼들이 나를 개새끼라고 부르는 것이 우스울 뿐이었다. 


또 이런 일도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열 받는 게 한 둘이 아니군. 진태형은 이런 나의 화를 보지 못 한 것인지, 아니면 멍청한 정도로 착한 것인지, 나에게 같이 살 것을 권유했다. 그 당시 나는 학교를 마치고, 교수의 연구 조교가 됐었다. 교수와 힘을 합쳐 우리나라가, 학계가 주목하는 영혼 추출기라는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진태형에게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나는 더 열정적으로 일했고, 가끔씩 큰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태, 이 개새끼는 질투는커녕 내게 축하의 문자를 보냈다. 이런 시도도 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심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연구를 그만두기로 했다. 차라리 개 망나니처럼 사는 게 그에게 고통을 주리라 믿었다. 다 포기하며 서울에서 막일하며 살기로 정했다며 그에게 말했다. 그는 몇 번인가 결정을 재고할 것을 요구했지만, 나는 신나서 나의 결정에 번복은 없다 말했다. 그는 그 후 나의 이상형인 형수와 그의 보금자리에 머물라 말했다. 연고 없는 서울에서 혼자 지내기 외로울 것 아니냐며 말을 이었다. 씨발 위선자 새끼. 그의 옆에서 망가지는 나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 알겠다 말했다. 


나는 더욱 망가져갔고, 그는 아름다운 인생을 이어갔다. 그가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고 아파할 때마다 승리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의 고통과 한숨을 지켜보는 게 나의 삶이 낙이 됐다. 이제야 살아가는 이유를 찾은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형수는 착해서 짐인 나에게 끝까지 친절로 대했다. 그게 살짝 아쉬웠지만, 나의 고통의 원천인 진태, 이 새끼가 아파하는 게 너무 신이 났다. 그러다 더 큰 자극을 위해 자해를 했다. 적의 비참함이 주는 희열이 나를 집어삼켰다. 부엌칼로 손목을 그었다.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침대 위에서 손목을 그어 피가 흰 이불 커버와 매트리스를 다 적시게 만들었다. 진태는 집에 돌아와 내게 귀가 인사를 했다. 나는 대꾸하지 않았고, 아니 못 했고, 그는 내 방문을 열었다. 그의 신음하는 얼굴을 볼 때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셔츠가 피에 젖는 것을 신경쓰지 않는듯, 재빨리 나를 등에 엎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정신과 진료를 병행해 입원 생활을 하였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병문안을 왔다. 계속 나의 안부를 물었는데, 나는 대꾸 없이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즐겼다. 나는 정상이었지만 그의 고통을 위해 미친 척을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실어증에 걸린, 실없이 웃는 정신병자를 연기했다. 사실 이것은 진심이었다. 그의 고통에 미소가 지어졌고, 걱정의 강도가 올라갈수록 목구멍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몸이 나을 때쯤 항상 자해를 했고, 결국 정신병동에 격리됐다. 집과 거리가 있었지만, 그는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나를 보러 왔다.


그러다 나의 즐거움이 끝났다. 비 오는 어느 날 그가 내 병문안을 오던 중 차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정신과 의사를 통해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최선을 다해 내가 정상임을 증명했고, 일주일 동안 경과를 살핀 의사의 정상 소견을 받아 퇴원할 수 있었다. 그의 생명의 초가 거의 다 타고 있음을 알게 됐다. 나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학교 연구실로 돌아갔다. 교수의 이해 덕분에 바로 일에 복귀할 수 있었다. 밤낮 없는 노력 끝에 영혼 추출기의 발명을 마무리지었다. 


진태 형의 영혼을 포터블 영혼 추출기로 식물인간 상태인 육신과 분리시켰다. 그리고 50만 원 주고 분양받은 순종 몰티즈에 그의 영혼을 주입했다. 진태형의 낡은 몸은 곧 숨을 거뒀고, 나는 이 개새끼를 발로 차며 삶의 낙을 얻는다.



6:01



시간 오버했습니다. 총 소요시간 36분. 저 합격 가능한가요? 데헷. 질투는 비이성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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