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받는 사진가가 본 돈 받는 사진

거리 사진과 상업 사진

by 띤떵훈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진가 A가 있다. 뉴욕에서 웨딩 전문 포토그래퍼로 활동 중인 양반이다. 전공은 숫자 만지는 것이었으나 이런저런 상황을 통해 사진가로 거듭났다. 비전공자로서 그 간극을 매우기 위해 노력했다. 공통의 관심사를 이유로 카톡 창에서 하루 몇 시간씩 사진 보며 정보 공유와 비평을 주고받는다.(주고받는다기 보다 일방적으로 받는 편이다) 덕분에 관련 없는 장르를 접하고 배우고 있다.



앞선 글에서 말했듯, 나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우연을 내 식대로 배치해 프레임에 담는다. 결국 내게 중요한 것은 기동성이다. 빠르게 움직여 이때가 아니면 놓치는 중요한 순간을 잡는다. 카메라의 크기와 무게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볍고 작은 카메라는 어세신의 단검과 같다.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칼을 빼들고 일격에 적을 사살한다. (물론 카메라로 누구를 죽이진 않는다) 거기에 빠른 오토 포커스와 간편한 인터페이스가 받쳐주면 내게 더할 나위 없다. 기가 막힌 상황, 굳이 말하자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Decisive moment)을 언제 마주할지 모른다. 우리 필드(길바닥)에선 카메라를 항시 지참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흔히 똑딱이 카메라라고 불리는 컴팩트 카메라를 선호한다.



반면 특정 목적을 갖고, 철저한 준비와 거대한 도구들을 요구하는 상업 사진은 다르다. 내가 가벼운 몸가짐으로 우연을 잡는다면, 그는 무거운 몸가짐으로 필연을 담는다. 큰돈 받은 이상 필연적으로 어느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뽑아내야 한다. 내가 동적이라면 그는 정적이다. 멈춰있는 피사체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해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자리에 서세요. 이 포즈를 취하세요. 이 표정을 지으세요. 본인이 연출한 무대로 배우를 세우는 것과 같다. 여기서 약간의 모순이 나온다. 찍히는 이들은 돈을 내고 명령까지 들어야 한다. 명령의 무게와 디테일이 늘어갈수록 복종당하는 이들의 만족감은 올라간다. A는 대포 같은 카메라로 모두를 지휘한다.



너는 상업 사진을 싫어하냐? 묻는다면 '아이고, 아닙니다 나으리.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대답하고 싶다. 왜 그런가 하면, 사람들은 프로 작가에게 거리낌 없이 지갑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이라는 특별한 이벤트 앞에서 돈을 아끼는 행위는 상대에 대한 죄책감으로 재탄생한다. 만약 내가 그런 기꺼운 돈이 향하는 대상이라면? 절을 하겠다. 스트릿 사진은 돈이 안 된다. 상업 사진은 말 그래도 돈을 위해 존재한다. 그는 하루 웨딩 촬영으로 평균 400만 원을 번다. 나는 그 돈을 벌기 위해 2주 넘게 일해야 한다. 자본의 계산으로 나의 보름과 그의 하루가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



엄청난 금액이 오가는 활동임에도 수준 미달의 사진사(작가라고 부르지 않는다)가 존재한다. 그것도 많이 있다. 나도 피해자다. (내 웨딩 사진집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들은 이미지 언어를 해석하고 창조하는 능력이 전무하다. 경이로운(물론 비꼬는 거다) 구도에 온갖 색을 다 넣는다. 색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후반 작업을 통해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안 하는 걸로 볼 때, 문제가 문제인 것을 모른다는 답이 나온다. 그런 이들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자신감을 얻는다. '얘가 하는데 나도?' 거리 사진과 큰 차이가 있으나, 상업 사진도 카메라를 들고 하는 작업이다.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자본의 흐름을 보고 있자니 손이 간질간질거린다.



A에게 필드 이야기를 주로 듣는다. 레퍼런스도 많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빛을 알고, 구도를 안다. 사진 몇 장만 봐도 완벽하게 현장을 통제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 끝난 이들이다. 또한 '어떻게'가 포용하는 기술의 범위가 넓다. 자격 미달의 사기꾼들은 동네 뒷산을 히말라야 등반용 장비를 사용해 오른다. 반면 작가들 손에선 비싼 기계가 제값 한다. A의 추천 작품들을 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욕심은 소거되지 않는다. 전날 연습 삼아 친구 부부의 사진을 찍었다.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상업사진 찍는 느낌을 냈다. 그들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했다. 괜찮은 구도에 방해되지 않은 소품들을 배치했다. 찍은 사진들은 나쁘지 않았다. 돈 받고 사진 찍는 A에게 피드백을 구했다. 고른 사진 몇 장을 보고 그는 이야기를 꺼냈다. '상업 사진으로 적합하지 않은 빛을 사용했고, 피사체들의 동작이 거슬린다.' 칼 같은 납득이 뒤따랐다. 찍힌 이들에게 인화해서 줄만한 사진이 있나요?라는 질문은 확실한 답이었다. 상업 사진을 할 생각이 있다면 적합한 바디와 렌즈를 사용해서 찍는 연습을 하라는 말이었다. 이야기가 길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무나 돈 받으면 안 된다.







아래는 친구 부부 사진 찍은 날의 거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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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 @whereischerry_photograph

웹페이지- www.whereischerr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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