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죽음의 단상

by 띤떵훈

지금은 타이페이발 멜번행 비행기 안이다. 무사히 도착하리라 생각하지만, 조금씩 불안해진다. 비행기는 어떤 이유로 한 시간 정도 늦게 출발했다. 오 분 전에 비행기가 크게 요동쳤다. 십 분 전부터 기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오 분 간 흔들림이 심해졌다. 옆을 지나는 스튜어디스는 욕 비슷한 단말마를 내뱉었고, 당황한 표정을 보였다. 그 표정에서 이 떨림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흔들림이 절정에 이르고, 기체가 덜컹 소리를 내며 일순 무중력 상태가 됐다. ‘죽는다’ 머릿속에 떠오른 한 마디다. 사람들의 비명이 불안한 기내를 채웠다. 비상 멘트가 들리더니 스튜어디스들이 한 곳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은 미어캣처럼 좌석에 등을 기대지 못 한 채, 비행기의 흔들림에 예의 주시했다. 새벽 2시. 자야 할 시간임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눈을 감지 못 하고 있다.


기체가 불안해지기 전, 파운틴 7월 공통 주제를 쓰고 있었다. 좌석 아래 콘센트 꽂는 곳이 있어, 배터리 걱정 없이 글쓰기에 집중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스튜어디스의 비명을 듣게 된 이후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 가까운 순간, 느끼는 것을 글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7월 칼럼 쓰기를 멈추고, 요동치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5분가량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쓰고 있다.


기체의 떨림이 시작된다. 기체가 통제를 벗어나, 다시 한 번 짧은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다. 난기류를 만난 걸까, 흔들림이 심해지고, 바람의 마찰 소리가 거세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뛴다.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엔 아쉽다. 인생은 즐겁고, 더 즐길 수 없음이 한이 될 것이다. 못 해본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이뤄야 할 것도 많다. 한편으론 지금까지 잘 살았으니, 이만하면 됐다 합리화한다. 기체가 흔들린다. 후우. 심장이 아프다. 글을 이어 쓰겠다.


불안함은 죽음을 가정하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은 놀라고, 슬퍼할 것이다. 특히 몇 시간 전에 마지막 인사를 나눈 어머니의 슬픔이 클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사고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어쩌겠나 나는 슈퍼맨도 아니고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 터이다. 겸허해지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 공포다. 거센 파도 속으로 침몰하고, 차오르는 물과 압력에 맞서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무섭다. 공교롭게도 파운틴 7월 칼럼에 쓴 내용이 경험의 축적으로 자극이 없는 생활이었다. 쓰기 무섭게 강렬한 자극을 받는다. 죽음은 경험하지 못 했기에, 낯설고 무섭다. 노인이나 시한부 환자들에겐 준비할 시간이 있을 텐데, 먼 이야기로 치부한 내겐 갑작스럽다. 사고사 할 것임을 미리 알았다고 한들, 긴장과 불안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예고 없이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기체의 흔들림은 여전하다. 하지만 스튜어디스들이 기내를 움직이고, 한 승객에게 식사를 가져다줬다.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일상적인, 평범한, 보통의 모습이 큰 위안이 된다. 동양의 도가, 서양의 에피쿠로스학파는 자극 없는 삶, 최소한의 쾌락을 추구하는 삶을 훌륭하다 생각했다. 이번만큼 공감한 적이 없다.


기내가 진정됐다. 스튜어디스는 식판에 빵을 곁들여 승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보통의 모습이 비행의 끝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큰 흔들림 한 번에 수명이 일주일 씩 줄어드는 것 같다. 다시 기내가 흔들리지만 스튜어디스는 웃으며 승객에게 식판을 나눠주고 있다. 그 미소에 치유받는다. 속이 안 좋아 이번 기내식은 패스하기로 한다. 식판 위에 랩탑을 치우기도 귀찮다. 이 글을 다 쓰면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며, 거지 같은 긴장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기내가 크게 소란스럽고, 추락으로 귀결될 것만 같던 그 순간을 되짚는다. ‘죽는다’란 생각 후에 떠오른 단어, 절반은 입 밖으로 나온 단어가 ‘씨발’이다. 군대 전역 후에 쓸 일이 없던, 무례하며 몰상식한 그 단어가 튀어나왔다. 긴장의 시간이 길었다면 ‘좆같네’라는 말이 이어졌을 것 같다. 정신을 차린 이 시점에, 짧은 죽음과의 대면을 괜찮은 경험이었다며 기억에 남긴다. 남은 비행은 꿈나라에서 보낼까 한다. 심장 아프니 운전 좀 살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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