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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Apr 02. 2021

주린이가 돌아본 4년의 주식 투자 - 마지막

1부는 여기서 : https://brunch.co.kr/@critic/254

2부는 여기서 : https://brunch.co.kr/@critic/255

3부는 여기서 : https://brunch.co.kr/@critic/256

4부는 여기서 : https://brunch.co.kr/@critic/257










수면제 투자법을 고수했다. 포트폴리오를 바꾸지 않았다. 주식 앱을 켜지 않았다. 파란 화면 보는 건 스트레스다. 귀찮음도 원칙 고수를 도왔다.




멜버른의 경제가 마비됐다. 나라는 물론, 주(State) 사이에도 벽이 생겼다. 사람들은 집안에 갇혔다. 생필품 구매와 1시간 운동을 제외하고, 집에 머물러야 했다. 물론 일도 안 된다. 허락된 행동은 집에서 책 읽고, 로드투킹덤 보며 '펜타곤은 메인 보컬 둘의 발성이 기막히네. 온앤오프 보컬도 관심이 가는군. 특히 잇츠레이닝 무대는 압권이야. 기본이 됐어. 실력이 있는 친구들이니 대중이 알아봐주겠지? 음반 판매량도 오르겠어. 더보이즈는 무대마다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네. 실험적이고 위험한 안무를 넣는 도전정신, 그리고 본무대에서 상상을 실현하는 실력, 정말 준수해. 이 친구들이 케이팝을 이끌어 갈 재목이다. 맞아 대면식 무대부터 남달랐지. 공중에 칼 던지고 받는 건 충격이었어. 특히 큐와 에릭, 주연이란 친구가 장악력이 있네. 고난도 안무인데도, 그룹 전체가 한 몸인 것처럼 딱딱 맞아. 저걸 소화하는 멤버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야겠는걸?'이라며 혼잣말을 하는 정도였다.




이런 일상 속에서 세상의 종말을 느꼈다. 베르나르 선생님과 그의 동료 조제프 그랑이 아무리 애써도 이번엔 어렵다. 호주 전역이 오랑 시티가 됐다. 바이러스는 모든 지역의 문을 두드렸다. 낙낙 자 들어갑니다. 경제는 박살 날 게 분명합니다. 무단 침입 당한 시민들은 경제가 망해가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주식은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상식적으로 주가가 올라갈 수 없다. 반 자포자기였다.




'시장을 이해하려 하지 마라. 네가 예측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투자 현인들이 가르침을 준다. 그들의 말은 틀림이 없다. 동네 상가 3개 중에 2개가 문 닫고 나가는 판국에, 주가는 무서운 속도로 상승 운동을 시작했다. 주식 계좌의 평가 금액은 이번 달에 오르고, 다음 달에 또 오르고, 그다음 달에 또 오르고, 그다음 달에 또 오르고, 그다음 달에 또 오르고, 그 다음 달에 또 올랐다. 2020년 코스피는 숨 고르기를 모른다. 5월이 되고 코스피는 2천 대를 회복했다. 6월엔 2100대, 7월엔 2200대, 8월엔 2400대, 11월에 2500대, 12월에 2700대를 돌파했다.




2021년 1월이 되자 한국 주식 시장이 생기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3이란 숫자가 지수의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순간적으로 3300대를 터치하고 내려왔다. 주식 앱을 켤 때마다 눈이 크게 떠졌다. 최고점을 찍을 때까지 주식을 판매하지 않았다. 원칙을 따라 3년을 채웠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갱신된 포트폴리오가 2018년 3월에 시작된 걸로 오해했다. 2018년 10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만 3년은 2021년 10월이다. 만기일을 3월로 알고 있던 나는 고민했다. 실물 경제는 2020년 1월 대비 더 나빠졌는데, 주가는 50% 올랐다. 가격이 가치 한참 위에 형성됐다. 그간 원칙을 고수해 난관을 버텼다. 이번엔 아니다. 주식을 전부 던졌다. 악재가 아닌 호재에 원칙을 깼다. 2달 빨리 퇴근한 것뿐이라며, 원칙을 현상에 맞게 살짝 조율한 것이라 합리화했다.




2020년에 완전히 수동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보유했던 현금과 수익 실현한 돈으로 2종목을 새로 매수했다. 한국 전력과 JYP 엔터였다.




2020 대상승 랠리에서 방향을 잃지 않게 균형을 잡아줄 무거운 주식의 필요성을 느꼈다. 압도적 저평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종목, 오를 게 분명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가늠이 안 되는, 어쩌면 영원히 안 오를지 모르는 주가 필요했다. 다들 미쳐 날뛰는 가운데, 혼자 외로이 바닥에 붙어 있는 왕년의 친구를 발견했다. 한국 전력이다. '여기가 바닥이다'라고 단언하는 사람들을 매번 놀래켰다. '주가 아래 공간 있어요'를 외치며 가격이 끝 모르게 떨어진 기업이다. 7월과 9월에 많이 오른 종목 일부를 팔아 수익 실현하고 한국 전력을 매수했다. 안전한 종목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게 투자를 지탱해 다. 2020년 7월 10일 한국 전력을 구매하며 남긴 글이 있다. 구매 이유 3가지와 예상되는 호재 3가지를 정리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첫 번째 이유를 가져온다.


한국 전력을 사야 하는 근거는 이렇다.
1. 낮은 PBR
낮은 PBR 수치는 가격이 저평가 됐다는 증거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PBR은 시가총액을 자산으로 나눈 지표다. 그러니까 PBR이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고평가 됐다는 뜻이다. 그럼 수치가 얼마를 가리킬 때 사도 좋은가? 간단한 설명문을 가져온다.

PBR(Price to Book Ratio :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것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주가수익비율을 이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이 0.7 이하면 매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라고 합니다. 즉, 주가가 주당순자산에 비하여 낮게 평가되고 있다면 매수를 적극 고려해 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주가순자산비율이 0.7 - 1.5 사이라면 다른 지표와 비교하면서 매수를 고려해 볼 만합니다. 하지만 주가순자산비율이 1.5 이상이면 조심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0.7~1.5 사이면 매수를 고려하라. 0.7 이하면 적극적으로 고려하라. 산업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를 통용하는 룰은 이렇다. 한국 전력의 PBR 수치는 얼마일까? 어떤 평가를 받는가.

한국 전력의 PBR 수치는 0.2다. 이보다 저평가 받을 수 없는 수준이다. 0.3 시절도, 0.25 시절에도 대표적 저평가주였다. 세일에 세일에 세일을 거듭한 염가 기업이다. 저평가 사실을 드러내는 분명한 근거다.


JYP는 일본 걸그룹 니쥬의 성공을 예상해서 구매했다. 일본어가 도와줬다. 오사카 요도바시 카메라 레스토랑 존에서 제육 볶았던 나다.  JLPT 1급 시험 청해에서 만점도 받았다. 호주 생활에서 일본어는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일본어 자격증은 몇 없는 자랑거리였는데, 부심 부릴 곳이 없어 아쉬웠다. 라멘집에서 '카에타마!' 외칠 때 빼고 쓸모가 없었다. 오랜만에 쓸모를 찾았다. 유튜브에서 니쥬의 데뷔 서바이벌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슷키리라는 아침 정보방송까지 찾아봤다. JYP의 자본으로 만든 그룹이 성공하면 JYP는 돈을 번다.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이 되자 니쥬의 성공은 기정사실이 됐다. 그런데 JYP 주가엔 변동이 없었다. 목표가를 설정해 주식을 구매했고, 2달 뒤에 매도했다. 2020년 9월 8일에 쓴 글이 있다.


최근에 jyp 주식을 처분했다. 왜? 최초에 설정한 주가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2개월 전에 19000원에 들어갈 때, 목표 가격을 38000원으로 설정했다. 주가가 38000원을 돌파했고, 나는 팔았다.

Jyp 주식을 구매한 근거는 jyp 신생 걸그룹 NiziU(니지유)다. 프리 데뷔에서 성공의 전조(일본 멜론인 라인 뮤직 음원 스트리밍 1위, 오리콘 뉴스 최상위 10개 기사 중 니지유 기사가 8개, 틱톡 챌린지 열풍)를 봤다. 정식 데뷔 앨범의 음반 판매량이 공개되면 주가는 오른다. 따 놓은 당상이다.




한국 전력으로 안전감을 얻고, JYP로 추가 수입을 낼 동안 코스피 지수처럼 자산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포트폴리오를 채운 15개 종목 중 공교롭게도 절반이 반도체 주였다. 구매 시점에 반도체 기업들이 저평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발발 이후 장에서 반도체가 상승을 견인했다. 3월에 모든 손실을 만회한 것은 물론, 이례적으로 큰 수익을 냈다. 시장 전체가 거품으로 보였다. 한국 전력을 제외한 주식 전부를 처분했다. 2021년 1월에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 10개월(삼성전자, 하이닉스) 보유했던 주식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2021년 1월 20일 작별 기념 투자 손익률을 정리했다.



기업/ 구매가/ 판매가/ 손익률
하이닉스 - 구매가:47,342 원 / 판매가: 131,500 원/ 손익률: 176.38%
DB하이텍 - 구매가:13,550 원 / 판매가: 69,600 원 / 손익률: 411.26%
삼성전사 - 구매가: 40,680 원 / 판매가: 87,300 원 / 손익률: 113.49%
서한 - 구매가: 1,717 원 / 판매가: 1,550 원 / 손익률: -10.32%
HDC - 구매가: 15,489 원 / 판매가: 11,650 원 / 손익률: -25.30%
동원개발 - 구매가: 3,790 원 / 판매가: 5,030 원 / 손익률: 31.97%
코웰패션 - 구매가: 4,440 원 / 판매가: 5,720 원 / 손익률: 28.08%
NAVER - 구매가: 149,124 원 / 판매가: 305,000 원 / 손익률:103.46 %
한양이엔지 - 구매가: 13,150 원 / 판매가: 16,200 원 / 손익률: 22.47%
HB테크놀러지 - 구매가: 2,516 원/ 판매가: 2,330 원 / 손익률: -7.97%
유니테스트 - 구매가: 11,550 원 / 판매가: 27,732 원 / 손익률: 138.88%
CJ제일제당 - 구매가: 340,500 원 / 판매가: 435,867 원 / 손익률: 27.26%
서플러스글로벌 - 구매가: 2,893 원 / 판매가: 3,465 원 / 손익률: 19.08%
한솔제지 - 구매가: 15,500 원 / 판매가: 13,350 원 / 손익률: -14.44%
케이씨텍 - 구매가: 23,400 원 / 판매가: 29,250 원 / 손익률: 24.27%

자산의 변동은 100원을 기준으로 놓고 볼 때,
2017년 3월 첫 주식 투자 시작 - 100원
2018년 3월 3년 포트폴리오 시작 - 125원 (25% 수익)
2019년 3월 1년 차 - 150원 (20% 수익)
2020년 1월 2년 차- 207원 (27% 수익)
2020년 4월 2년 차, 코로나 발발 - 125원 (-40% 손해)
2021년 1월 매도 - 275원 (120% 수익)

3년 10개월 - 175% 투자 수익


말미에 자산 변동 사항까지 친절하게 남겼다. 대단한 설명충이다. 내가 저지른 실수는 또다시 감히 시장을 예측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2021년 3월이 원칙이 정한 매도 시기였고, 2개월 기다려야 했다. 설사 이른 판매에 나선다 해도,  일괄 매도가 아닌, 하나하나의 성장 동력을 분석한 개별 매도여야 했다. 원칙을 따랐으면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원칙 매도 시점에 근접했을 때 다시 가격을 확인했다. 2021년 2월 22일 글이다.


1월 20일 매도 가격 / 2월 22일 시세
NAVER - 판매가: 305,000 원 / 398,000
서플러스글로벌 - 판매가: 3,465 원 / 5,110

서플러스는 소액, 네이버는 고액 투자였다. 지금까지 들고 있었다면 추가 수입은 각각 250만 원, 2800만 원이다.


추가 수입 3천만 원을 놓쳤다. 주식 시장은 거래 이후에도 가르침을 준다. 2018년 검은 10월과 마찬가지다. 혼쭐난 뒤에 공부할 이유를 찾는다. 갈 길이 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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