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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Jul 29. 2021

온라인 단두대 - 유튜브 악인전

https://www.youtube.com/channel/UC9Mtqqw9-UGWxB5mh6Ar_2A




유튜브 채널 악인전은 문제적이다. 매회 악인 한 명을 선정해 악인의 악행을 나열한다. 3개월 전 아이돌 '수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1 명에게 악인 낙인을 찍었다. 조회수는 평균 100만 뷰에서 300만 뷰 사이다. 순수 한국인 타겟의 콘텐츠로, 시청층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국적 쏠림에도 몇 백만 뷰를 기록한다. 거대한 조회수 아래 숨겨진 감정은 무엇인가?



영상은 두 가지 맛을 낸다. 첫째, 악인을 단죄하며 오는 카타르시스. 둘째, 불쾌. 이 글은 불쾌의 근거를 찾는 여정이 될 것이다. 이번 글의 형식은 문답이다. 채널을 보면 무엇을 근거로 악인으로 규정하는지가?  이 채널의 목적은 무엇인가? 채널 관리자는 '악인'을 규정할 자격이 있는가? 판결은 정당한가?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물음에 답하고, 마지막엔 입장을 정리하겠다.



악인은 무엇인가? 사전적으론 악한 사람, 그러니까 비도덕적인 사람을 뜻한다. 우리는 쉽게 자신을, 주변인을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세상엔 절대악 절대선이 없다.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다. 아무리 나쁜 사람도 선의가 있고, 선행을 한다. 그 반대도 성립한다. 도덕은 사회적 규범이나 준칙을 지키는 행위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간은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비도덕적인 일을 한다.



한 번의 악행은 평생의 주홍글씨인가? 그렇다면 전세계인은 주홍글씨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두가 악인이면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채널은 악인을 구분한다. 선별된 악인은 대중 앞에서 처형당한다. 요컨대 악인 선정에 맹점이 있다. 누구나 악을 저지르며, 판단 근거가 객관적이지 않고, 사실 여부를 검증하지 않았으며, 악행이 사실로 밝혀졌을 경우 교화 가능성을 배제한다.



이 채널을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할까? 유사 언론이다. 근거는 실효성과 채널의 특징이다. 지난 10년,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졌다. 그 과정에 유튜브는 제3의 언론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전영우 교수의 언론 정의를 발췌한다. 다양한 미디어 중에서 특히 "언론"이라고 칭하는 미디어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악인전 채널은 여론 형성 능력이 탁월하다. 유사 언론으로 볼 수 있는 근거다. 시사in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대중은 전에 비해  거시 미디어를 신뢰하않는다. 반면 유튜브를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꼽는다. 왜? 본인 입맛에 맞늠 맞춤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확증편향을 강화해주는 매체에 신뢰로 보답하는 셈이다.



유사 언론 악인전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가? 명목상 공익을 위해 악행을 폭로한다.



공익 추구 방식은 적절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행위가 악인지 악이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법이다. 그 법을 다루는 인물은 경찰과 판사다. 시민이 그들에게 판단 권리를 양도한 이유는 그들의 규정은 근거와 절차를 따르기 때문이다. 근거의 적합성과 사실을 엄밀하게 검증한다. 이것이 올바른 입증이다.




악인전은 엄밀한 근거를 갖고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가? 아니다. 나무위키에 정리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한다. 요컨대 사실이 아닌 내용에 근거할 위험이 생긴다. 유튜브 악인전은 일주일에 영상을 2편 이상 업로드한다. 빠르면 하루 주기로 업로드한다. 다수가 협동하는 기업형 채널이 아니다. 엄밀한 검증과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공적인 관심사를 취재, 보도하는 기관이다. 악인전은 공적인 관심사(연예인, 스트리머 등의 유명인)의 흠결에 대해 조사하고 보도한다. 대중의 합리적 소비(물질, 정신, 시간 )에 도움을 준다는 명분을 갖는다. 다만 가장 중요한 요소를 배제한다. 인간을 존중할 책임 말이다.



악인전의 가장 큰 문제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명인의 잘못을 그들이 존중받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로 사용한다. 알권리 차원에서 유명인(대중의 관심으로 수익을 창출하는)의 잘못을 알릴 수 있다. 악인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들을 '악인'으로 규정한다. 월권이다. 누구도 타인을 악으로 규정할 자격은 없다. 예수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저 여자에게 돌 던져라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악인전은 누군가가 '악인'임을 선포하고, 공개 처형한다.



영상은 섬네일부터 조롱 의도를 드러낸다. 대상의 성형 전후, 혹은 우스꽝스럽게 나온 사진을 게시한다. 콘텐츠도 문제 있다. 빈번히 악행과 관련 없는 근거로 비난한다. 주로 등장하는 악행은 고수입, 연인과의 만남과 이별이다. 돈을 많이 벌고, 사적으로 누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악행과 관련이 없다. 번지수 잘못 찾은 내용이 조롱 연출을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논리적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엄밀한 논증 절차가 생략됐단 뜻이다.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발언을 입맛에 맞게 편집한다. 처벌의 일환으로 외모를 비하(고도 비만, 노화)한다. 못생긴 게 악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대중은 왜 악인전에 열광하는 것인가? 그것은 단죄의 즐거움과 관련 있다. 인기인의 몰락은 흥미로운 소재다. 악인의 인기와 유명세가 높으면 높을수록 극적이다. 악인전 시청자는 극에 참여할 수 있다. 조회수는 그 자체로 권력이며 공신력이다. 악인전은 단두대 역할을 한다. 시청자의 시청이 단죄의 강도를 높인다. 처벌에 참여하며 전능감을 느낀다. 한 댓글은 이런 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악인전 나왔으면 얘도 끝난거네. 대한민국 공인 나락 전문 유튜버"


나락은 유명인의 몰락에 사용되는 용어다. 악인전 악인을 즉결 처분한다. 처분은 영상을 앞선다. 채널에서 다뤄진다는  자체가 악인이란 의미다. 모두 공인된 다. 리스트에 이름 올린 유명인은 활동 중지나 해명을 강요받게 된다. 모순은 해명이 역할을 못 한단 점이다. 시청자는 동조 효과로 최초의 의견에 자신을 일치시킨다. 그후로 악인의 말 대부분은 변명으로 치부된다. 악인전은 정정보도나 사후 관리를 하지 않는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말을 빌린다. 작금의 현상은 개인의 불만을 온라인 댓글로 해소하는 경향이 늘어난 결과다. 더불어 '단죄' 포지셔닝한 악인전이 이를 부추긴다. 누군가의 몰락이라는 확실한 목적을 가진 채널은 사견 섞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내보낸다. 결론까지 전부 내주기에 시청자는 비판적 사고와 판단이라는 귀찮은 작업을 피할 수 있다. 귀찮음 없이 샤덴프로이데(독어 'Schaden'은 손실이나 고통, 'freude'는 환희와 기쁨을 의미한다.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환희나 기쁨을 뜻함)의 즐거움을 누린다. 예의와 매너라는 질서 위에서 샤덴프로이데는 존재를 드러내기 힘들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은 예외다. 타인의 동의와 권위자(유튜버)의 규정을 통해 본인의 행동제 정의라는 색을 입히며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만족감까지 느낀다.



결론적으로 유튜브 악인전은 온라인 단두대다. 시청자에게 골치 아픈 생각을 요구하지 않으며 단죄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조회수와 댓글 기능을 통해 판결 권한을 나눠 받아 효능감을 얻는다. 시청자와 악인전은 호혜적 관계다. 그 과정에서 악인전은 영향력을 얻게 돼 처벌의 강도를 높인다. 몇 백만 뷰를 기록한 영상은 '악인'에게 활동 정지와 해명을 요구한다. 다만 해명은 아무 소용 없다. 악인전은 처벌의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판결하는 판사도 아니고, 교화하는 교도관도 아니다. 판결 후 형을 집행하는 단두대다. 대중은 단두대에 악인의 목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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