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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Oct 23. 2017

일과 삶과 살인의 균형






-프롤로그  


 안녕 친구들. 나는 인생을 긍정하는 숙련된 살인자야. 어떤 사람들은 연쇄살인범이라고 부르지. 나는 아름다움을 사랑해. 미의 탐구를 능동적으로 하는 타입이지. 내 경우에는 살인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야. 하나의 생명을 내 손으로 끝낸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알고 있니? 신의 영역을 엿보는 기분이라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예술로 평가받지 못 해. 이런 사실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져. 관념과 억압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골계미! 여러 살인 방법이 있겠지만, 내 경우엔 머리에 총을 쏴서 죽이는 걸 선호해. 즉각적이기 때문이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이리도 모호하구나. 찰나에 그 경계를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대와 내게 알려주는 거지.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징그럽고 잔인하게 느껴져서 나는 시체를 죽은 자리에 두고 가는 편이야. 경찰이 깔끔하게 처리해줘서 매번 고마워.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빅뱅의 뱅뱅뱅이야. 교도소에 가고 싶지 않아서 조용하고 신중하게 일을 처리해. 총에 방음기를 끼는 이유를 알겠지? 총알이 발사될 때 소리가 시원하지 않아서 아쉬워. 아쉬움을 달랠 때 뱅뱅뱅 만한 노래가 없지.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고 빵야빵야빵야 부분 안무를 따라 할 때면 조금이나마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잡힐 위험이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없어. 이 점 이해해줘. 


너희들이 생각하는 살인자의 이미지가 어떤지 잘 알고 있어. 암울하고, 폭력적이고, 내성적이고, 잔인하고, 감정에 공감하지 못 하고, 사회에 불만이 많고, 사회와 잘 동화되지 못 하고, 부정적이고, 돌발적이고, 감정 기복이 심할 것 같다 등. 안타깝게도 너희의 예상과 나는 많이 벗어났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이 내 모습과 달라. 나는 밝고 긍정적이야. 몹시 사회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잘하는 편이야. EQ지수가 꽤나 높다고. EQ 지수로도 멘사 같은 클럽이 있었으면 좋겠어. 누구한테 자랑하고 다니게 말이야.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면서 어떻게 살인을 할 수 있냐고? 음... 그건 말이야 살인은 조금 이야기가 달라. 내게 있어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야. 의식주살인 같은 거지. 살인을 하지 못 하면 아마 나는 죽고 말거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활동이란 뜻이지. 살인할 때 빼고는 타인을 잘 이해해. 확실히 경계를 구분지은 덕분에 살인 후에 일어날 가족들의 피해나 고통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할 수 있어. 이게 안 되면 나는 슬퍼 죽었을걸?

너희가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봤다면, 무의식적으로 나를 착한 살인자로 포장하려 들 거야.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악인들만 타겟으로 삼겠지 등. 그 믿음에 응하지 못 해 미안해. 나는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정말 또라이에 악인 그 자체야. 이상 실현, 사회 정의 구현 등의 동기가 없어. 희생자의 죽음에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야. 누가 됐든 상관없어. 죽였을 때 발각될 확률이 낮은 사람이라 죽는 거야. 2 달에 한 번 살인을 하는데, 치밀한 준비가 필요해. 그동안 절대 걸리지 않을 방법을 찾는 거지. 많은 공부도 필요해. 심리학 범죄학 사회학 등등.. 나도 참 고생이야 데헷. 그러니까 요점은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나는 나쁜 사람이야. 나도 동의해. 혹시나 포장하려고 고생할까봐 미리 말했어. 그건 헛수고니까 괜히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지 말라고. 오, 그리고 하나 더.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돼. 스톡홀름 신드롬처럼 내 이야기를 듣다가 날 옹호하고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살인은 위험한 일이야. 네가 죽을 수도 있고 감옥에서 평생을 보낼 수도 있거든. 괜히 피해보지 않았으면 해. 

나는 웃음에 집착하는 편이야. 공부도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바쁘다는 수식이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바쁜 일상이지만 인터넷 유머게시판을 보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꼭 시간을 투자해. 이게 워크 라이프 머더 밸런스를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 웃음이 보약이라고 하지?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 우리 모두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어. 웃음꽃이 핀다는 말이 있잖아. 정말 사람들의 사람들의 웃는 얼굴은  꽃처럼 아름다워. 웃는 사람들 아름다운 각? 인정? 어 인정인 셈이지. 자주 모니터링을 하는 덕분에 나이가 적지 않은 편이지만, 유행어도 많이 안다고. 하하핫. 요즘엔 급식체에 빠졌어. 마지막으로 급식 먹은 지가 까마득한데, 급식체는 하루 3번 이상 쓰고 있어. 일할 때 나오면 큰일이지만, 다행히 그 정도 변별력은 있어. 살인자가 변별력 얘기하니까 웃기긴 하다. 나이스 포인트. 나 웃음 집착남 인정? 어 인정.



너희들도 눈치챘을지 모르지만, 나는 약간 관종끼가 있어. 너무 내 얘기 많이 하지. 이런 걸 기대한 게 아닐 텐데 미안해. 마지막 살인 이야기해줄게. 벌써 30일이 지났어. 그게 1월 31일이었는데, 벌써 3월이 됐다. 2월이 짧아서 30일 지났는데 3월이야. 나이 먹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시간이 점점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 높은 곳에서 시간을 떨어트렸는데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가속도가 생기는 기분이야. 초등학교 시절엔 6년이 평생처럼 길었는데, 지금은 6년이 1년 같아. 지난 6년 동안 36명이나 죽였네. 나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서 정확히 2개월에 한 명씩 죽여. 예외가 없는 편이지. 그렇다고 꽉 막힌 사람은 아니야. 남자지만 페미니스트고, 동성애 결혼을 지지하고, 안티 레이시스트에 여러 종교를 존중하는 다원론자야.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성격이 아닐 뿐 열린 마음의 소유자란 뜻이지. 미안미안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 마지막 살인 이야기해준다고 했지? 어디 보자... 잘 기억이 안 나네. 잠깐만 노트 가져올게. 나는 또 기록하는 습관이 있어서 노트에 웬만한 일은 다 적어놔. 규칙적인 삶, 균형 있는 삶, 미루지 않는 삶, 정리된 삶을 추구하지. 너희들도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봐. 자신이 없으면 메모의 기술이란 책을 읽어봐. yes24에서 통신사 쿠폰 받으면 싸게 살 수 있어. 어? 미안 또 다른 이야기를 해버렸네. 이제 진짜 마지막 살인 이야기를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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