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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기형 Dec 14. 2022

예술가와 병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룬샷>에서 발견한 문장과 시선

"지금은 AI시대인데, 언제까지 그런 옛날 방식으로 돈을 벌 거야?" vs "그래서 돈 벌고 있어? 우리가 버는 돈 없으면 기술 개발하지도 못할 거면서!" 이런 갈등은 비단 IT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일까요? 모든 검증되지 않은 신사업에는 의문부호가 붙고, 어디에 어떻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회사의 분위기 바뀌는 것을 우리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룬샷은 물리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자인 사비 바칼이 전하는 '미친 아이디어(룬샷)가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설명하는 책인데요. 과학자답게 '상전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서 기업에서 조직 간 경계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아주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1. 상전이 Phase Transition

상(Phase)은 어떤 분자 집단의 상태를 말합니다. 상전이는 상과 상 사이의 경계를 의미하는데, 균질한 물질이 어느 임계점(온도/압력)에 따라 하나의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물이 온도/압력에 의해 얼음(고체), 물(액체), 수증기(기체)로 변화하는 것처럼 복잡계의 갑작스러운 변화이자 얼마든지 다양한 상태로 이동할 수 있는 자연의 가장 창조적인 혼돈 상태 이기도 합니다. 



2. 문샷 Moonshot

문샷 은 달 탐사선 발사와 같은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말하는 데요. 아주 중요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다들 기대하는, 많은 것을 투자한 야심 찬 목표로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실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10% 개선보다 10배 혁신(진화, 성장)하게 하는 급진적인 생각을 문샷 씽킹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전통적인 문제 해결에서는 문제는 뭔가 잘못된 것, 고쳐야 할 것이지만 문샷씽킹은 문제가 있어서 고치려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를 만들어 내는 접근이라고요.


3. 예술가와 병사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룬샷(Loonshot)은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 취급하며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혹은 문샷을 추구하는 '예술가' 집단입니다.(Loon은 미치광이라는 뜻) 반면 프랜차이즈(Franchise)는 룬샷으로 탄생한 제품의 후속작/업데이트 버전으로 '병사'로 표현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오래되기는 했지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프로젝트를 의미하고요. 이 둘은 사이가 좋을까요?

스티브 잡스는 애플 초기 시절 리드하는 팀을 '해적'이라 부르며 나머지 직원을 차별했습니다(예술가 > 병사) 결국 두 그룹 간 적대감이 생겼고 잡스가 이끄는 해적은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애플의 효율을 무너뜨리죠. 이는 리사/맥킨토시 프로젝트의 실패로 이어지며 1985년 잡스는 이사회에서 퇴출됩니다. 이후 잡스는 NeXT와 Pixar를 설립했는데요. Pixar의 사장 에드윈 캐트멀은 잡스와 달랐습니다. 창의성을 장려하면서도 동종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하며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습니다. 회사가 잘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예술가와 병사 사이의 균형을 잡았죠.


애플로 돌아온 잡스는 픽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달라졌습니다. 조너선 아이브로 대표되는 '창의성'과 팀 쿡의 '효율성'의 정교한 동적 평형상태를 구축 하지요. 그 이후는 우리가 잘 아는 성공 스토리입니다. 아이팟,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등


4. 0도에서 균형 잡기

다시 상(Phase) 이야기로 돌아갈 볼까요? 상분리(Phase Separation)는 상전이 경계에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물이 얼기 직전, 그 접점에서는 얼음과 물이 공존하며 이 둘은 서로 나눠지면서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균형을 이루는 순환 관계를 동적 평형(Dynamic Equlibrium)이라고 하는데요. 결국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하게 하고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고 지원하는 것이 좋은 리더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0도에서 균형 잡기의 어려움

룬샷이 너무 힘을 받으면 '함정'에 빠지고,
룬샷이 힘을 못 받아도 '함정'에 빠짐

의견 교환만 많으면 '혼돈'에 빠지고,
집단 분리만 강하면 '침체'됨

리더는 선지자가 되면 안 됨
→ 스스로 기술을 이끌 게 아니라 부서 간 기술이 잘 오가도록 경영해야 함

 * 부시-베일 균형 : 미국을 설계한 사나이, 버나바 부시와 AT&T 기업 문화 혁신가, 시어도어 베일의 이름에서 가져온 상분리와 동적평형 모두 강한 상태


5. 부시-베일 균형 잡기의 핵심

예술가와 병사를 분리하고 상태에 딱 맞는 틀을 마련하면서 이 둘을 똑같이 사랑하는 동적 평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분리된 그룹을 연결할 프로젝트 수호자를 임명하고 훈련시켜야 하고요. 또한 조직을 위한 시스템 사고를 퍼트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는데요. 조직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계속 질문하고 대답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질문해야 한다고요.


이런 갈등과 어려움은 어느 회사나 겪고 있습니다. 돈을 벌어오는 레거시 조직과 신사업/신기술을 중시하는 새로운 조직 간의 갈등.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잘 잡지 않으면 조직문화는 무너지고 회사는 흔들리게 되죠. 흔들리는 비행기에 타고 있으면 이런 배경을 알아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더십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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