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고 조건 안 돼도, 길은 열렸다.

오히려 더 좋아

by 지혜



돈과 조건이 부족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경험은 더 풍부했고, 마음은 오히려 더 즐거웠다.



일본 웨딩을 배우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워킹 홀리데이를 결심했다.

처음엔 한인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며 숙소를 제공받았다. 덕분에 낯선 땅이지만 익숙한 환경에서 현지 정보들도 얻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일본 생활 중에 부동산에 집을 보러 갔다가 비싼 집값에 기함했다.

나오자마자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는데 마침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이어지는 긴 다리를 자전거로 달리며, 비바람을 맞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 한구석을 시리게 만든다.


결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셰어하우스를 구했다.

그런데 지정된 내 방은 딱 꿈꾸던 곳이었다. 제일 높은 층의 채광 좋고, 넓은 베란다는 덤이었다. 일본 친구들도 함께 지내며 웃고 떠들던 시간 덕분에 외롭지 않았고, 더 다양한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가끔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그날 비를 맞으며 달렸던 긴 다리와 그 끝에서 만나게 된 햇살 가득한 방을 떠올린다.


그러면 다시 마음속에 희망이 부푼다.




다시 일본에 가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서비스를 배우고 싶어서 취업 중개업체에 부탁하고 싶었지만 통장 잔고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낙담 끝에 직접 료칸을 알아보고 취직할 수 있었다. 급여도 더 좋았고, 직접 소통하니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해외여행은 우프(WWOOF)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석 십조의 효과를 얻었다.

현지인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언어를 쓰고, 시골의 자연을 만끽하며 시간을 보냈다. 몇백만 원짜리 어학연수보다 훨씬 값진 시간이었다.





부족한 만큼,

모든 경험과 만남, 일의 가치는 더 깊고 소중했다.



아빠가 실패라고 해도,

엄마가 하지 말라는 기대도 마음껏 하며,

마음을 열고 움직이면 길이 존재한다는 기쁨을 알았다.



떨리는 마음을 붙들고 문을 열면,

금은보화처럼 빛나는 보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동굴 문을 여는 마법의 주문을 알아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경험부자가 되었다.






“열려라, 참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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