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안 써진다
진리란 무엇일까.
한때는 옳은 말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글을 썼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검증된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다양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내가 말하는 옳음이,
모든 사람에게 정답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요즘엔 나에 대한 매일의 탐구가
세상을 이해하는 깨달음이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어제의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언어가 무서워졌다.
지금의 말이 내일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방식만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감정보다 먼저인 감각으로,
그 너머의 존재로까지 설렘을 이해하게 되면서
나는 말을 잃었다.
그 너머 모르는 게 더 있을까 봐,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겠다.
이것을 성숙이라 인정하기까지
조금의 휴식이 필요하다.
회복 탄력성이 좋은 나는 곧 다시 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멈춰서 익어가야 할 시간이다.
이제는 안다.
설렌다, 설레지 않는다로 나뉘는 게 아니라
설렘에도 온도가 있다는 걸.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온도 중에서도
가장 부드러운 미지근한 설렘 속에 있다.
봄의 설렘을 지나,
여름의 확신을 거쳐,
지금은 가을의 숙성기를 걷고 있다.
확신은 줄었지만 여백이 자란다.
진리를 말하려는 마음 대신,
감각을 신뢰하는 용기가 자라고 있다.
모르는 게 무서운 건,
내가 진짜로 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괜찮다.
설렘 추수 잘 끝내야지.
설렌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