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 설레요?

설렘의 유효기간은 지금

by 지혜



“괜찮아요.”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사은품으로 우산을 주는데,

거절하고 나니 괜스레 어깨와 마음도 가벼워졌다.



지난날, 생각 없이 집에 들고와서 쌓인 물건들이

나중에 얼마나 무겁게 했는지 몸이 기억한다.


좋아하는 물건들 사이에 엉켜서,

결국 좋아하는 것들까지 잃어버렸었다.



그래서 이제는 설렘이 없으면 집에 들이지 않는다.

설렘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할로윈 데이에 다 함께 맞췄던 모자와 망토를,

행사가 끝난 뒤에 미리 말해 뒀던 사람한테 주었다.


아직 남은 할로윈 기간에

더 즐겁게 쓰일 곳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 순간, 뜻밖의 기쁨도 느꼈다.


그때 나를 보고 누군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안 설레요?”


“네,

하루치 설렘이었어요.”



나에게 설렘의 유효기간은 ‘지금 이 순간’ 이다.





독서모임에서 일본어 소설 한 권을 다 읽은 날,

잠시 고민했다.

책을 가져갈까, 누군가에게 줄까.


‘재밌으니까 나중에 다시 읽고 싶어.’

‘단어 공부도 다시 하면 좋겠다.’


그러다가 불쑥 다른 마음이 들었다.

‘근데 너 진짜 다시 볼 거야?’


확신할 수 없었다.

앞으로 시작할 새 책이 더 설렜고,

거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데도 버거웠다.

그런데 다시 이 책까지 볼 생각 하니 무거워졌다.



‘그 언젠가’를 위한 설렘이

추억물건으로 전락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얼른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건넸다.



그때 마주 앉아 있던 60대 회원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왜! 그냥 갖고 있지~~”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이제 저한테 설레지 않아서요.”



쑥스럽게 웃었다.

조금 오글거렸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이 느낌이 진짜다.’




어제 엄마도 비슷한 말을 했다.

친구들이 엄마에게 주식 종목을 추천하는데, 관심을 보이지 않자 의아해서 물었다고 한다.


“너는 왜 관심이 없어??”


그리고는 엄마의 대답을 들은 친구분들이 박장대소하셨다고 했다.




“그건 나한테 설레지가 않아.”



푸하. 엄마도 나랑 같은 말을 했다니,

괜히 웃음이 났다.

부끄럽지만, 기분이 좋다.




설렘이란,

누군가의 말에서, 몸짓에서,

그렇게 전염되는 감각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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