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가짜
선택의 기로에서
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것저것 따지며 생각할수록
점점 더 고르기 어려워졌다.
시간이 걸렸고 머리가 아파왔다.
‘이 선택이 진짜 옳을까?’
하지만 이제 안다.
감각이야말로 가장 명료한 답이었다.
감각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의 나’와 맞는지를 알려준다.
그 단순하고 즉각적인 신호는
머리로는 결코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다.
감각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몸이 먼저 알고, 감정이 그 뒤를 따라왔다.
그건 내가 가진 물건들을 만지면서 알게 된 일이었다.
한참 동안 입지 않은 청자켓이 눈이 들어왔다.
여전히 예뻤다. 옷 상태도 좋고
입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나는 옷걸이에서 옷을 빼서 집어 들었다.
만지는 순간, 예상과는 달리 아무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치 살아 있던 생명체가 내 손에 닿자
숨을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자 머리는 속삭였다.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잖아. 유행은 돌고 돌아.”
마음이 거들었다.
“살 때 정말 좋았잖아. 그때 너 기억 안 나?”
머리와 마음은 번갈아가며 나를 설득했다.
그래서 옷을 더 끌어안았다.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힘이 빠졌다.
머리는 ‘언젠가는~’이라는 노래로 미래를 걱정했고,
마음은 ‘그땐 그랬지~’를 부르며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내 몸은, 그 모든 시간의 소음을 넘어
오직 ‘지금’에 머물러 있었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감각이었다.
머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감정의 언어를 붙이지 않아도 됐다.
그저 내 몸이 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됐다.
‘후회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다시 지금의 나로 돌아왔다.
머리는 미래를 말하고,
마음은 과거를 붙잡지만,
몸은 언제나 ‘지금’을 살아간다.
내가 나를 믿는다는 건,
그저 지금의 나에게 귀 기울이는 일이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오늘의 감각에 대한 신뢰가
내일의 나를 믿게 해 준다.
‘답은 내 안에 있다’라는 말이,
머리도 아니고, 마음속도 아닌,
내 몸의 감각이 알려주는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