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진실

마침내

by 지혜



설렘은 늘 나를 살아있게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진실을 아주 늦게야 알았다.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시기들이 있었다.

정해진 복장, 규칙, 스케줄 안에서

수면부족이 쌓였던 해외연수 시절.

그곳에서 나는 수많은 사람 중 아무개처럼 느껴졌다.


시험날, 시험지가 하얗게 번져

아무 글자도 보이지 않았던 순간-

몸의 신호가 꺼져버린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감각을 잃으면, 나는 나를 잃었다.





<설렘의 감각>이라는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는

내 삶을 이끌어준 이 감각을,

한 번 내 언어로 기록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쓰다 보면 복잡한 감정들이 올라왔고

한편이 완성될 때는

마음도 퐁신한 방석에 앉는 듯 편안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알게 되었다.

설렘이 나를 살아있게 했다는 확신이다.


그 감각이 언제나 나를

가장 나다운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래서 곤도 마리에의 정리법이

내게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정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물건을 만지며 ‘설렘의 감각’을

처음 또렷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의 나는 감각에 둔한 상태였고

머리로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설명되지 않는 그 감각이

오히려 나를 다시 깨우치게 했다.



정리는 결국,

내 안의 감각을 깨우는 시발점이 되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도,

사람들에게 “정리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처럼,

사람들에게 감각을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설렘을 느끼며 오늘을 사는 삶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찾으려 했던

설렘의 언어는 놀랍도록 단순했다.



그냥 좋아.



이유도 설명도 필요 없는,

그냥 몸이 먼저 말하는

설렘의 감각뿐.



생각이 많은 나는 이제,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내 설렘에 기대어 살고 싶다.



이 정직한 질문 하나만 가슴에 품고,



“서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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