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없는 사랑 #13

by Cruel Ella

엄마가 돌아가셨다.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빈소를 마련했다. 손님이 없어서 은지와 혜지만 덩그러니 앉아 있다. 거뭇한 공기 안에 겨우 숨만 쉬는 두 마리 아기 고양이 같다. 검은 상복을 입으니 하얀 피부가 창백해 보인다. 작고 하얀 리본을 머리에 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기어 다닌다. 아직은 울 수가 없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생각처럼 이성적으로 분별되지 않는 일인 듯하다. 없어진 자리를 확인할 때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적응될 때까지, 그리고 죽은 사람의 호흡을 어디서도 느낄 수 없다는 결론이 날 때까지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미워했던 사람일지언정 죽음이란 것은 그리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대학 사무실 직원들이 한차례 오가고, 몇 안 되는 친인척들이 몰려왔다가 우르르 빠져나간다. 그동안 정을 나누고 살지 않았어서 친척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듯하다. 그들에겐 그냥 갈 사람이 갔을 뿐, 몇몇 어른들은 남겨진 쌍둥이들을 안타까워하셨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무거운 고요만이 가득 찼다. 습한 지하 빈소에는 독한 향내가 돌고 곡소리도 없는 차가운 정적만이 감돈다.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혜지는 잠이 들었다. 그 옆에 힘 없이 앉아있는 은지. 엄마는 과연 이 두 자매에게 어떤 사랑을 남기고 가신 걸까.


발인을 마친 후, 가까운 납골당에 엄마를 모셨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나니 은지와 혜지만 남아있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례 절차를 도운건 그 남자다. 온다는 기별 없이 등장하더니 아무 말 없이 일을 찾아 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 노련했다. 해야 할 일과 결정해야 할 것들 사이에서 은지와 혜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그의 손에서 이루어졌으니까.


납골당에 모신 후 공원 벤치에 앉는다. 그는 둘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어떠한 방해도 하지 않겠다는 몸짓이 배려처럼 느껴진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랬다. 신중한 타입인 것 같으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어른의 모습이 겹친다. 은지는 이미 그에게 곁을 내어줬다. 카페에서 전 남자 친구를 두고 은지의 의사를 물어왔을 때, 그는 이미 은지의 사람이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은지는 내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은지 곁에 남아 주었다. 자신이 원했던 일인 것처럼.


"밥 먹으러 갈래요?"


은지가 큰 소리로 멀찌감치 떨어져 앉은 남자에게 묻는다. 남자는 방긋 웃어 보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향한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은지는 신기할 따름이다. 일상이 변해간다. 그리고 은지는 말할 때마다 자신감이 붙는다. 주체할 수 없는 미소와 내면에 차오르는 자존감이 선물처럼 주어졌다. 그리고 돌아가신 엄마에게서 잘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부여받았다. 은지 몸 안에 내재된 감정과 표현되는 에너지가 반짝거린다.


"고마워, 언니."


고개를 숙인 채 건넨 혜지의 말에 은지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 하늘빛 아래 두 여자는 화사하게 빛이 난다.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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