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니키라과, 과테말라.. 여기 여행지 맞아?
2015/5/5 Costa Rica
애슐리와 나는 처음으로 배에서 내려서 코스타리카 땅에 발을 디뎠다.
Getting off the ship for the first time!!!!!!!
처음으로 관광지에 내린다는 사실에 들떴었지만, 배에서 내리자마자 내 모든 기대는 증발해 버렸다..
아무것도 없는 바닷가에 내려줬잖아..?
Zip-lining 관광상품을 호객행위하는 상인들이 있었지만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에 애슐리와 나는 그냥 지나쳤다.
‘그럼 아무것도 없는 여기서 뭘 하지…?‘
상인들과 음식점, 기념품 시장밖에 볼거리가 없었다.
크루즈 여행이 이런 건가..?
배에서 내리면 짠! 하고 구경거리가 있는 게 아니었어..?
항구 근처엔 이렇게나 아무것도 없는데, 승객들은 다들 어디서 뭘 하는 거지?
실망과 혼란만 안겨준 첫 정박지였다. 짧게나마 항구 근처 산책을 하며 기념품 구경하고, 코스타리카 음식을 먹고 금세 배로 돌아왔다.
애슐리와 나는 크루즈 내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어서 (이 또한 직급에 따라 주어지는 특권이다) 크루즈 루프탑 수영장에서 놀고 햇빛 쬐며 놀다가 낮잠을 잤다.
한숨 자고 Cinco de Mayo(멕시코의 어린이날) 파티를 위해 연주하니 하루가 끝났다.
너무 허무하게 지나간 내 첫 크루즈 “관광지” ㅠㅠ
설마 앞으로 내릴 항구들이 모두 다 오늘 같진 않겠지…? 에이 설마…
2015/5/6 Nicaragua
어제 코스타리카에 이어 오늘은 니카라과의 Corinto라는 항구도시에 정박했다. 어제보단 낫지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보다 좀 크고, 현지인이 더 많았을 뿐, 여기에 "여행"하러 온 목적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중미 가난한 도시 현지 체험 투어인가..?
크루즈의 목적은 배에서의 시간이 주된 목적이고, 정박지는 크루즈를 거들뿐인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몇몇 친구들과 나는 이 동네 “유일한”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승객들을 실은 카트를 자전거로 끄는, 일명 인력거가 택시였다.
”택시 기사“는 영어를 전혀 모르는 현지인이었는데 다행히 Evan과 Simona가 스페인어를 조금 할 줄 알아서 우린 인력거를 타고 레스토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빨리 스페인어 배워서 나도 이런 상황에 소통해야지!)
우리가 도착한 "레스토랑"은 바닷가 옆 허름한 가게 옆에 Hut 몇 개 놓여있는 곳이었다.
아기돼지 삼 형제 중 첫째가 지은 레스토랑인가 보다.
니카라과에 왔으니 현지 맥주를 주문했다.
친구들과 한잔씩 하고 있는데 현지 어린이들이 와서 구걸을 했다.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췄다.
우리를 왕복으로 태워주기로 한 인력거는 우리가 낮술 하는 동안 레스토랑 옆에서 기다렸다.
아직도 "이게 크루즈 여행 맞나" 싶고 혼란스럽지만 시작에 불과하니까 남은 여정을 기대해 봐야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렇게 휑-한 항구에서는 관광 상품(도시 투어, Zip-lining, 박물관 관람, 수상레저 등)을 구매, 관광 장소로 이동해서 액티비티를 하고 휑-한 항구로 돌아오는 게 일반적인 크루즈 여행 방법이다. 한마디로 돈을 써야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다!)
2015/5/8 Guatemala
오늘은 과테말라에 내렸다. 역시나 휑-한 항구였지만 적극적인 친구들 덕분에 사륜 오토바이를 빌려서 해변에서 스피드 짱짱 내며 신나게 놀았다. 아드레날린 뿜뿜 오빠 달려!!! 놀이를 한 후에 배로 돌아와서는 다 같이 요가를 했다. ㅋㅋㅋ 그냥 해본 얘기였는데 진짜 요가를 할 줄은..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애들이 진지하게 하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ㅋㅋㅋ 생긴 것과 다르게 귀여워ㅋㅋㅋㅋㅋㅋ Calm 한 요가 세션 후엔 pool party에서 땀 흘리며 두 시간 동안 연주를 하고 나니 지금 피곤이 몰려온다.
지금까지 구경 갔던 곳들은 한마디로 가난한 나라들이다. 삐까뻔쩍한 배에서 삐까뻔쩍한 사람들이 내려서 삐까뻔쩍한 곳을 구경하러 초라한 동네를 지난다. 택시(인력거)를 타고 지나가면 '이런 데서 어떻게 살지?' 싶을 정도로 허름하고 더러워 보인다. 태국에서도 봤고 멕시코에서도 봤던 광경이다. 처음 그런 곳을 지날 땐 솔직히 불쾌했다. 더럽고 냄새나고, 사람들도 멀리하고 싶고. 그런데 이젠 수많은 관광객의 일원으로서 좀 미안하다. 이제 가난한 나라들은 미안해서 가고 싶지 않다. ㅠㅠ 나 놀겠다고 가는 길엔 불쌍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보인다. 그걸 다 무시하고 삐까뻔쩍한곳을 향해 가는 건 이쯤 하면 된 거 같다. 그리고 사실 해변가도 거기서 거기, 숲도 거기서 거기....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 나라의 특색 음식도 이미 미국에 거의 다 있기 때문에 입맛 안 까다로운 나로선 현지에서 먹는다고 더 맛있지도 않다. 여행을 많이 안 해봐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난 원래도 여행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내가 여행하는 게 직업이라니,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역시. 또 모르지, 지금 드는 이 생각도 나중엔 바뀔지도.
이번 크루즈 일을 하기 전까진 내가 동양인이라는 게 불편하거나 이방인처럼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내가 살았던 시카고와 보스턴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으니 내가 "튀는" 존재가 아니었는데, 요 근래엔 나를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는 수많은 시선들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배에서 내리면 현지 사람들이 스페인어로 "bla bla bla CHINA?"으로 시작해서
내가 아니라고 하면 "bla bla bla Japan?"으로 이어진다.
"I'M FROM KOREA." 제발 그만 물어봐주라.
8살 때 미국 초등학교 다닐 때 겪었던 기억 데자뷔처럼 replay 하는 듯..
크루즈 내에서도, 인도네시아/필리핀 직원들의 시선이 상당히 불편하다. 사실 조금 creepy 한 느낌도 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무시한다.
오늘은 연주 없는 day off. 나는야 베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