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부터 한 달간 일 할 피아니스트가 급히 필요한데, 혹시 가능하신가요? Itinerary는 하와이입니다."
하하하하.. 내일모레 떠나서 한 달..? 게다가 연말에?
갑작스럽긴 하지만 조건이 너무 좋잖아? 이건 가야지!
일정 조율 후 계약서를 수락하고 부랴부랴 짐을 쌌다.
올해 초에도 급히 대타가 필요하다는 연락받고 캐리비안에 4박 5일 다녀왔는데 (그때야말로 paid vacation 제대로 누리고 왔다)
이번엔 하와이로 간다!
네 여러분, 한겨울에 시카고에 있던 베짱이는 배에 또 탔습니다.
2017/11/17
갑자기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준비해서 플로리다로 날아와 배에 탄 지금까지 채 40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크루즈 일은 unexpected events로 가득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이런 chaos도 익숙하다. 계획 틀어지는 거 못 견디는 사람은 이 일 못할 거야. ㅋㅋ
너무 편해서 불편한 이곳에 또 왔다. 너무 좋아서 싫은, 아이러니한 my job. 연주도 재밌고, 미소로 사람들 맞이하는 것도 좋고, 자유시간도 많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여행하는 것까지, 모든 게 좋다. (유일하게 어려운 건 배에서 길 찾기다.....)
여기서 내게 주어진 모든 건 편하지만, 눈에 보이는 빈부격차는 불편하다. 피부색으로 부유한 승객과 노동자가 한눈에 구분되는 게 너무 불편하다.
아까 백인 승객과 대화를 나눴는데, 매년 크루즈를 타는 그녀에겐 하버드 나온 아들이 있다고 했다. 아들도 엄마처럼 previleged life를 살겠지? 그들은 과연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이 누리는 특권은 본인들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게 된 거란 걸 알고는 있을까?
나도 누리고 있는 게 많은 사람이기에 어느 한쪽에 100% 공감은 못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런 사회적 차이가 점점 더 눈에 띈다.
오늘은 리허설 한 번에 공연을 하는 일정이고, 내일은 솔로피아노 연주가 있다. 그 이후엔? 모른다, 그때 되면 알려주겠지. 이렇게 피곤한 건 진짜 오랜만이다... 짐 끌고 배 타는 날은 너무 정신없고 힘들다.
아직 아무도 못 만났는데 이번 뮤지션들은 어떤 사람들이려나?
잠깐 연주하고, 이름표 받고, 싱글 캐빈에서 쉬는 일만 남았다. 유일한 여자 뮤지션이라 룸메 없이 방도 혼자 쓰고 너무 편하지롱. 호호호호호
이번 크루즈 한달 루트:
플로리다 출발 -> 아루바, 파나마 운하, 코스타리카, 니카라과, 과테말라, 멕시코 -> 샌디에고
샌디에고- > 하와이 섬 5개 -> back to 샌디에고!
이렇게 다녀오면 한 달이 순식간에 지나가있겠지? 그럼 생일이랑 크리스마스는 집에서 맞이할 수 있고, 일정 아주 완벽해!!! Sea day가 많아서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don't you worry about a thing~~~~~~~
시카고 겨울 빠이, 캐리비안이랑 하와이에서 베짱이 노릇 좀 하다가 내 생일날 돌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