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벗어난 크루즈 라이프
2017/11/21
처음으로 배에 "연습실"이 생겼다!!!!!
연습실이 이렇게 반가운 건 처음이다. 창고에 악기랑 앰프 갖다 놓은 셈이지만 어쨌든 내게 할 일이 생겼으니 행복하다.
오늘도 일 없는 날... 사실 솔로피아노는 내 듀티가 아닌데 솔로 피아니스트가 사정상 없는 관계로 Joe랑 내가 돌아가면서 하는 중이다. 물론 그 덕분에 페이도 더 받는다. 나머지 밴드멤버들은 3일에 한번 일하는 꼴이다. 일하는 날이라고 해봤자 리허설 한번+공연 두 번이 전부다.
그나마 솔로피아노라도 하니 좀 재밌지 만약 그거 없었으면 첫날 하루 일하고 4일간 day off인 셈이다.
게다가 이번 크루즈는 sea day가 너무 많다. 그래서 연습실이 특히 더 반가운 존재다.
이 배에는 클래식 퀸텟이 있는데 그 친구들 연주 듣는 게 참 좋다. 평소에 라이브 클래식 들을 일이 없는데 여기선 매일같이 듣는다. Performing arts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건지 느끼는 순간이다.
그런데 난 테크닉 어려운 곡을 들으면 연주자의 연습량과 고통이 곡의 아름다움보다 더 크게 와닿는다.
저 기교 표현하려고 몇백 시간을 투자했을까.. 얼마나 연습하기 싫었을까.. 등등 ㅋㅋㅋㅋㅋ
그 고충을 내가 알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아닌가, 나만 연습하기 싫고 힘든 건가..? ㅋㅋㅋㅋ
뮤지션, 싱어, 댄서들 다 멋진 사람들이다. 우리 밴드도 대단한 뮤지션들인데 일을 너무 안주네?ㅋ
오늘은 다트 던지기를 하고 놀았다. 다트 처음 해본 건데 나 은근히 잘 함!!!!!
점수도 많이 따고 막판에도 내가 승리로 이끌었다 우하하하. 내일은 탁구 하기로 했다. 운동복을 좀 더 챙겨 왔어야 하나?
애니웨이, 내일은 파나마 카넬 지나가는 거 구경하고 솔로피아노긱이 있으니 덜 심심한 하루겠다.
창고 같지만 소중한 연습실에도 매일 가야지!!!
2017/11/22
파나마 운하를 지났다. 이번이 두 번째다. 자 이제 빨리 태평양으로 가자!! 하와이 빨리요!!
오늘의 쇼는 "Mentalist"라는 마술쇼였다. 너무 신기해서 내내 휘둥그레 표정으로 봤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이는 거지????? 너무 신기해!!!!!!!!!
그리고 어제 다트게임의 여파로 팔에 알이 배겼는데, 오늘은 탁구를 하고 놀았다. 이러다 근육몬 되겠다.
이번에도 역시 바보게임을 전파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5시간이나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놀았네..?
배에서 일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여기서 일하는 엔터테인먼트 계열 직원들은 매우 매우 friendly, easy-going 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런 특이한 환경에서 일하려면 둥글둥글한 성격을 가져야 할 수 있는 거겠지?
2017/11/24 (Day 8)
배에 탄지 일주일째, 하지만 훨씬 더 오래된 기분이다.
어젯밤엔 또 거대한 별똥별을 봤다. 어렸을 때, 별똥별 보러 새벽에 시골 어딘가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별똥별 볼 수 있는 새벽" 뉴스가 나오면 아빠는 꼭 그 시간에 맞춰서 우릴 깨웠다. 정작 본 별똥별은 아주 작고 짧은 별똥별 두어 개쯤이었다. 그 순간을 위해 새벽잠을 포기한 아빠의 열정에 감사를... ㅋㅋ
오늘은 코스타리카 Puntarenas에 잠시 내렸다. 기념품샵에 핸드메이드 팬플룻을 살까 고민고민하다가 안 샀는데, 살걸 하는 후회가 살짝 든다...
저녁엔 Musicology라는 댄스쇼를 봤는데, 댄스쇼를 볼 때면 어린이가 된 기분이다. 라이브 공연을 보존하고 있는 크루즈 문화에 고마움을 느낀다. 스크린 속에 갇혀 있지 않은, 진. 짜. 예술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양한 공연도 보고, 클래식도 듣고, 내가 연주도 하고, 별이 가득한 하늘도 보고, 가지각색의 영어를 듣고 (Walsh 영어는 포기했다. 영어 같지가 않다.), 오래간만에 스페인어 연습도 하는, 일상과는 많이 다른 하루하루가 나에게 그간 필요했던 것 같다.
솔로피아노 연주를 끝내니 한 노부부가 다가와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Tell us about yourself!"라고 하는데, 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장 난다. 이럴 때 막 자랑도 하고 홍보도 해야 되는데,
자기소개를 하라고요..? 저요?.. 삐걱삐걱...
ㅠㅠ
2017/11/25
Corinto, Nicaragua
2년 전에 여기 Corinto에 왔을 때,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2년 반 가까이 지난 지금, 그때와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구걸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인력거 택시를 타고 해변 근처 레스토랑에 갔다. 이번 크루즈에서 첫 여행스케치를 했지만, 그릴만 한 게 딱히 없었다.
드디어 메인 쇼 연주를 했다! 드. 디. 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 연주를!!!
이번 공연은 영국인 색소포니스트와 함께 했는데, 역시, 우리 "The Band" 초견력 최강!! 캬
크루즈 일이 쉽고 챌린지 없다고 매번 자랑(?)하지만 사실 만만한 일은 아니다.
아무리 쉬운 연주여도 라이브 공연은 긴장되기 마련인데, 장르 안 가리고 연주해야 하고, 당일날 악보 받고 짧은 run through 리허설 한번 후에 무대에 서는 건 한 때 소굴 같은 연습실에서 개미처럼 연습했던 뮤지션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긴 하다. 개미였던 우리들은 지금 베짱이가 되었다... 하하하하하 항상 날로 먹는 거 아니에요.. ^^.... 우리도 노력 많이 했어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