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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Aug 16. 2024

한국은 중국어 안쓴다니까?

크루즈는 랜덤게임 현실판

2017/11/26 Puerto Quetzal, Guatamala

뚀잉? 순식간에 배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졌다!! 솔로피아노 할 때 크리스마스 캐롤 연주해야지~~~


오늘 공연은 100% 악보대로 연주하는 공연인 데다가, 템포, 박자, 패치 체인지까지 끊임없이 있어서 일초도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되는 공연이었다. 건반+페달 누르는 로봇이 된 기분이었다.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나는 이렇게 주어진 악보대로 연주할 때 갖는 긴장감+집중력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테트리스 하는 느낌이랄까? 리얼타임으로 미션이 주어지는데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연주!! 순발력으로 어려운 미션을 정확하게 수행하면 짜릿하다. ㅋㅋㅋㅋ 가끔 실수도 하지만 그건 내가 로봇이 아니라는 증거다. ^^ 살아있는 연주랄까~~~ ㅋㅋㅋㅋㅋ

열흘이나 기다려야 하와이에 간다. Let's speed up!


2017/11/27 Huatulco, Mexico (Day 11)

친구들이랑 예쁜 비치에서 바다수영 제대로 즐긴 날.

배에서만 노닥거리고 놀다가 다같이 나오니까 여행 느낌도 나고 새로운 분위기였다. 스페인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바가지도 안 당하고 편하게 beach trip을 다녀왔다.

존댓말 없는 영어 문화가 좋다. 친밀도가 언어에서 나타나는 한국어의 좋은 점도 많고, 한국어가 영어보다 훨씬 재밌고 매력 있지만, 나이 성별 지위 국적 불문하고 모두가 똑같이 말하는 건 영어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다. 우리 밴드 멤버들이 전부다 한국인이었다면..? 밴드 리더가 다른 연주자들보다 훨씬 어리고, 나는 가장 늦게 투입된 유일한 여자였다면..? 지금같이 편한 분위기가 결성되기 어렵지 않았을까?

햇빛 받으며 물놀이를 해서 그런지 피곤하군.. 빨리 샌디에고 가고 싶다 맘껏 인터넷 좀 하게.


2017/11/28 Sea Day

자유시간에 책 읽으러 오션뷰 라운지에 가는데, 배경음악 때문에 집중을 못하고 멍하니 바다만 바라보고 앉아있을 때가 많다. 왜 이런 곳에는 꼭 배경음악을 틀어놓을까? 사람들은 왜 침묵을 어색해할까? 보고, 말하고, 먹고 마시는 동안 음악까지 들려야 편안한가? 감각도 휴식이 필요할 텐데..ㅠㅠ

Silence is golden.


저녁 식사 시간엔 one of the dumbest conversations를 주고받았다.

처음 보는 남자애가 앞에 앉았길래 서로 통성명을 하면서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고 난 한국인이란 소개를 주고받았다. 출신지 소개 이후에 한 대화엔 intelligence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What language do you speak?

나: (... 아직도 이걸 묻는 사람이 있다고? 그래, 모를 수 있지..)... Korean..

그: Oh, I thought Chinese and Korean were the same.

나: ...... No, they're different.

그: Mandarin is Chinese, right?

나: Yes, it is.

그: Can you speak Mandarin?

나: (다른 언어라고 내가 얘기했즈느..) No, I don't. ^^

그: You don't understand it at all?

나: No, not a word. I speak Korean, not Chinese. They're two different languages.


이 이후론 아이스크림으로 주제를 바꿨다. 그의 수준에 딱 맞는 주제였다.

너는 남아프리카에서 왔는데 어째서 백인이며, 왜 영어를 쓰냐고 되물어볼걸 그랬나^^;;


후.... 내가 미국 초등학교 다닐 때도 이 정도의 질문을 받은 적이 없는데, 다 큰 성인이 요즘 시대에 한국인은 중국어 못 알아듣냐는 질문을 하는구나...

그렇지, 여긴 별의 별 사람이 모여있는 ship society지, 참.

오늘 상식 교육 한 건 했다 ^^v



2017/11/31 Los Cabos San Lucas, Mexico

2년 반 만에 또 들른 Los Cabos!

여기서 애슐리랑 parasailing 했던 추억이 새록새록..

오랜만에(?) 메인 공연도 했다. 재밌고요 뿌듯하고요~

이탈리아, 영국, 미국, 한국, 캐나다 출신이 배에서 만나서 결성된 THE BAND

밴드멤버들과 함께 Joe의 송별회를 했다. 떠나지 마 Joe..!!! 우리 밴드한테 정말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크루즈에 연주하러 온다는 건 뽑기와 같다. 누구를 만날지, 어떤 음악을 하게 될지 모르는 채로 배에 타서 랜덤 한 환경에 떡하니 놓이게 된다. 주어진 게 마음에 안 든다고 도망가려면 바다에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ㅋㅋㅋㅋㅋㅋ)

감사하게도, 이번 밴드 멤버들의 연주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성격까지 좋아서 매일매일이 재밌고 편하다. 어제 만난 남아공 남자애처럼 멍청하지 않다! 아주 똑똑한 친구들이다.

Joe에게 바통터치받는 새 멤버도 부디 괜찮은 친구이길..!!

p.s 아니, 내가 키가 작긴 해도 이 사진처럼..... 작진 않을 텐데.. 왜 머리는 앞으로 내밀어가지고 얼굴만 합성한 것처럼...... 이런 사진이.. 나오다니.. (굽 신고 있는 거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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