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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Aug 30. 2024

하와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상공 4.27km, JUMP!!!!!

2017/12/10 Honolulu, Hawaii

대망의 스카이다이빙 하는 날!!!

겁 99% + 설렘 1%의 마음으로 일어났더니 크루즈는 하와이 오아후 섬의 호놀룰루에 정박해 있었다.


괜히 따라가겠다고 했나..? 스카이다이빙 안 해도 혼자 호놀룰루 탐험하고 놀면 되는데..

하늘에서 기절하면 어떡하지? 기껏 돈 내고 헬기 타고 올라갔는데 무서워서 다이빙 안 하고 그냥 내려오는 거 아니야?

머릿속에서 별의별 생각이 들었지만 몸은 친구들과 스카이다이빙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많은 걱정은 했지만 사고가 날거란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커다란 벤을 타고 13명의 우리는 한 시간가량을 이동했다.

왜이렇게 멀리 가.. 더 무섭게..

하와이 스카이다이빙 현장 중 가장 높다는 (ㄷㄷ) Skydive Hawaii라는 곳에 도착했다.

만4천 피트 위는 어느 정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너.. 무.. 떨.. 려..


안전수칙 설명을 듣고, 신분증을 내고, Liability Waiver에 사인을 하기 위해 훑어서 읽는데, 순간 두려움이 배로 커지며 내가 지금 뭘 하려는 건지 실감이 났다.


Tandem skydiving(파트너와 함께 다이빙)을 위해 숙련된 스카이다이빙 전문가가 한 명씩 우리에게 배정됐다.

나는 Mark라는 아저씨와 짝꿍이 됐다. 내가 후들후들 떨고 있으니 Mark 아저씨가 농담도 하며 걱정 말라고 긴장을 풀어줬다.


스카이다이빙 사진/영상 구매 옵션엔 두 가지가 있었다.

1) Tandem partner가 손목에 고프로를 차고 셀카 영상으로 찍어주는 옵션

2) 나와 tandem partner를 제삼자 시선에서 찍어주기 위해 한 명의 전문 다이버가 낙하하며 찍어주는 옵션


2번은 영상을 위해 촬영기사가 따라붙는 옵션이라 당연히 더 비쌌다.

샘플을 보니 2번 영상이 좀 더 멋있긴 했지만, 가격 차이를 보고 나는 1번을 골랐다.


하네스를 차고, Judy / Mark라고 쓰여있는 이름표 스티커를 옷에 붙이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헬기 한대 당 5명(파트너까지 10명)의 다이버가 탔고, 먼저 헬기를 탄 친구들이 다이빙하는걸 난 땅에서 지켜봤다. 와.. 거의 보이지도 않을 높이까지 올라가네!!!!!!!

먼저 떨어지고 있는, 하늘의 새보다도 작아 보이는 친구들..............


하늘 위의 작은 점이었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안전히 내려왔다.


나를 포함한 마지막 그룹이 드디어 헬기를 탔다.

헬기는 무지하게 시끄러웠다.. 그리고 무지하게 높이 올라갔다....

stop..!! stop..!!!! enough!!!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하늘의 점이 된 나의 목소리 따위가 헬기를 멈출 리가 없었다.

나와 바짝 붙어 앉아있던 Mark 아저씨는 나와 아저씨의 하네스를 연결시켰다.

인간 자석이 된 마냥 마크아저씨와 하나가 되어, 나 혼자 움직일 수 없었다. 답답했지만 안심이 됐다.

그래, 마크 아저씨는 프로니까!! 아저씨 몸에만 딱 붙어있으면 난 살아남을 거야!!


14,000 feet (4.27km) 높이에 다다르자 헬기가 멈췄다.

더 이상 높이 올라가진 않았지만 여전히 프로펠러는 요란하게 돌아갔고

헬기 문이.. 열렸다..

바람이 어마어마했다.

소리도 어마어마했다.

문 밖으로 보이는 건 파란 하늘과 뿐이었다. 구름도 보이지 않았다. 난 구름보다도 높이 있었으니.

비행기를 수십 번 타봤어도 그 높이의 공기를 맨살로 느낀 건 처음이었다.

4.27km 상공에서 열심히 도는 프로펠러가 고마웠다.

작고 시끄러운 헬리콥터는 그 순간 최고의 보금자리였다.


마지막 주자였던 나는, 내 앞에 4명의 친구들이 용감하게 뛰어내리는 걸 볼 수밖에 없었다.

one, two, three! JUMP!

그들이 멋지게 점프했다기보단 호로록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듯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내 차례가 왔다. 문턱에 마크 아저씨와 붙어 쪼그리고 앉았다.

one, two three!

JUUMP!


JUMP!!!!!!!


뛰지 못했다. 내 의지로 발을 떼는 건 불가능했다.


YOU GOTTA JUMP!! GO!!


마크 아저씨가 독촉했지만 나는 아무 의미 없는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몇 초정도 버텼을까,

프로펠러보다 요란하게 소리 지르고 있는 나를 안고(?) Mark 아저씨는 그냥 냅다 뛰어내렸다.


A!H!!!@*$%*#*&^#%)!@#*$!


뛰자마자 내 비명소리는 끊겼다.

내 입과 코로 들어오는 엄청난 바람의 압력 때문에 감히 내 육성이 나올 수가 없었다.

숨도 간신히 쉬었다.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했다. 감고 있던 시간이 더 많았을 거다.

내 몸은 토네이도 속에 있는 종잇장 같았다.

내장이 압축되는 느낌이었다.

귀도 아팠다.

귀가 아파서 손으로 귀를 막고 싶은데 손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아, 나 음악 하는 사람인데 귀 다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세포가 인생 역대급 chaos를 겪고 있었다.


Mark 아저씨가 낙하산을 펼쳤다.

순식간에 바람이 멈췄고 평화가 찾아왔다.

쓰고 있던 고글도 벗고, 아저씨랑 대화도 할 수 있었다.

낙하산 방향 조절 방법도 알려줘서 좌우 운전도 했다.

저 멀리 보이는 초원은 킹콩 촬영지였다고 한다.

하와이의 초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답다는 감동보다는 살았다.. 는 안도감이 더 컸다.


온몸의 세포가 안정을 찾고 하늘 공기에 적응할 때쯤

땅에서 내 이름을 외치고 있는 친구들과 점점 가까워졌다.

그렇게 무서워했으면서 막상 땅과 가까워지니 아쉬웠다.

아 조금만 더 날고 싶은데! 벌써 끝난다고?

마크 아저씨의 지시를 따라 공중에서 발을 구르며 안전히 착지했다.

오늘의 마지막 주자, 정신은 혼미하지만 안전하게 미션 완료!!!!!


아... 하와이, 오아후 섬, 호놀룰루!

이보다 더 뜻깊은 여행지가 앞으로 있을까!

14,000 feet (4.27km) 높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다니, 내가 했지만 믿기지 않는다.

각자의 스카이다이빙 영상이 담긴 USB를 받고, 다시 벤을 타고 크루즈로 돌아왔다.


호놀룰루는 overnight port(크루즈가 1박 2일간 정박)인 데다 공연도 없어서 친구들과 night in Hawaii를 제대로 즐길 거다. 좀 쉬고, 낮잠 좀 자다가 저녁때 놀러 나가야지.. 히히

I'm back!!!! I'm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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