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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Sep 02. 2024

호놀룰루! 그래, 이게 내가 생각한 하와이지!

except the hangover part

2017/12/10-11

스카이다이빙을 무사히 마치고 아드레날린 뿜뿜한 몸을 잠깐 쉬러 크루즈로 돌아왔다.

워낙 이른 아침에 나간 데다가, 밤엔 호놀룰루에서 불금을 보내야 하니 틈새 휴식은 필수였다.


크루즈가 밤새 정박해 있고 1박 2일 동안 자유롭게 크루즈에 들락날락거릴 수 있는 항구를 overnight port라고 부른다. 이번 크루즈에서 호놀룰루가 바로 overnight port! 꺄아!

보통 overnight port에서는 승객들 대부분이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크루즈 내엔 이벤트가 별로 없다.

그 말은 즉슨, 우리 entertainment 팀 직원들 대부분 자유로운 베짱이가 된다!


비명소리로 가득한 내 스카이다이빙 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고, 지인들한테 생존신고를 하고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나 불금 준비를 했다. 여름느낌 물씬 나는 옷을 입고 꽃 머리핀도 달고, 한껏 들뜬 나는 역시나 친구들을 졸졸 쫓아갔다.

항구에서 꽤 걸어갔더니 반짝거리는 도시에 다다랐다. 마침 크리스마스 장식도 화려해서 더 반짝반짝했다.


친구들과 스시집에서 맛있는 스시와 칵테일로 저녁을 시작했다. 크루즈에 맛있는게 항상 많지만 스시 퀄리티는 별로라 외식할 땐 스시집에 갈 때가 많다.

큰 무리로 다녀서 식당 테이블의 절반을 우리가 차지했다. 시끌벅적한 게 싫지 않았다. 같이 있는 친구들이 "친구"가 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매일 하루종일 봐서 그런지 알고 지낸 기간에 비해 친밀도는 굉장히 높았다. 다 같이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온 것만으로도 똘똘 뭉쳐진 기분이었다.

스시를 먹고 작은 바에 들러서 하와이 칵테일이라는 Mai Tai를 한잔 마셨다. 예쁜 꽃장식이 얹어있는 달달한 칵테일이었다. 기분이 더 up...!!!!!!


친구들을 쫄래쫄래 쫓아서 시끌벅적한 바에 갔다. 가운데에 큰 댄스플로어가 있었고 우린 바로 옆 테이블에 자리 잡고 불금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른데서 놀다가 합류한 친구들도 많아서 우리 그룹은 점점 더 커졌다.

사실 크루즈에서도 매일같이 불밤을 보내는 친구들이지만 ㅋㅋ 나와서 보내는 불밤은 다르다.

나도 평소와는 다른 텐션이였다. 오는 길에 마신 Mai Tai가 이미 내 기분을 달달구리하게 달궈줬었는데, 바에서 칵테일 몇 잔을 더 마시니 기분이 최상이 됐다. 아침에 스카이다이빙하고 뿜뿜한 아드레날린이 잦아들 틈도 없이 계속 돌고 있었다.


앉아서 떠들다가, 춤도 추다가, 게임도 하다가, 아무튼 아주 기깔나게 놀았다.

(평소의 나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너무 신이 나서 술을 더 마셨다.

그리고 I'm so sleepy... 하고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수업시간에 자는 자세로 조용히 잠을 잤다.

정말 졸렸을 뿐, 정신을 잃은 건 아니었다. 그냥. 진짜. 잠이 쏟아졌다.



...

.....

....



따르르르르르르릉

전화기 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아? 여긴 내 방이네? 몇 시지? 아 머리 아파.....

(크루즈 숙소는 자연광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서 조명을 안 키면 암흑이다. 몇 시인지 알 수가 없다.)


비몽사몽이지만 일단 전화를 받았다.


Hello?


Judy, it's Adam. Are you feeling okay?


Hi Adam, Yeah I'm okay, thanks...... What time is it..?


It's 11:30 am.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를 받은 건 다음날 아침이었고, 밴드리더 아담이 내가 괜찮은지 안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생각회로를 돌렸다.

아, 생각나네..!

어젯밤, 시끄러운 바에서 한참을 놀다가 테이블에 엎드려 잠들었고,

친구들 몇 명과 택시로 크루즈로 돌아왔다.


맞아, 기억나.. 택시 왼쪽 뒷좌석에 내가 앉았지. 옆엔 로렌이랑 아담이 있었고, 조수석엔 테일러가 앉았어!

택시에서 나한테 자꾸 뭐라고 했던 것도 생각나..!

그렇게 넷이서 크루즈로 돌아왔지.. 그렇지... 옷도 안 갈아입고 퍼질러 잤네..... 날 챙겨준 고마운 친구들...

그나저나 머리가 너무 아파...@_@

머리가 깨질 것 같지만 호놀룰루 둘째 날을 이렇게 날릴 수 없어.. 나가야 돼..!!!!!


이미 늦잠을 잔 터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갔다.

뜨거운 햇빛 아래 걸으면서도 계속 머리가 아팠지만 꿋꿋이 걸었다. 땀으로 알코올을 배출해야지....


예쁜 카페에서 아싸이보울로 해장을 했다.

몸아 어제는 미안해.. 이제 좋은 음식을 넣어줄게...


어제는 도시에서 불밤을 보냈으니, 오늘은 해변에서 불낮을 보내리라.

말로만 듣던 와이키키 비치에서!


씩씩하게 걸어가 비치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다들 나를 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ㅋㅋㅋㅋㅋㅋ

응, 얘들아.. 암 오케이...... ^^;;

알고 보니 어젯밤, 내가 테이블에 엎어져 자는 걸 보고, 바 직원이 "She's gotta go" 하며 한마디로 날 내쫓았다고... 했다.. 너무해ㅠㅠ

그래서 로렌, 아담, 테일러가 날 데리고 크루즈로 귀가한 거였다.

택시에서 내려 크루즈로 들어오는 security를 지날 때, 절대로 취한 거 티 내면 안 되니 "act sober" 하라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고 한다.

(아무리 overnight port라고 해도 직원은 취한 상태로 크루즈에 들어오면 안 된다고 한다. 처음 안 사실이다.)

다행히 큰 말썽 없이 세큐리티 통과.. *^^*

무사히 내 방으로 들어가서 숙면까지 완료!


친구들의 도움과 걱정 덕분에 와이키키 비치에서 또 헤헤 거리며 놀고 있는 나였다.



뜨거운 햇살로 알코올을 싹 증발 시켰다. 컨디션 충전 100%


와이키키 비치에서 Amy를 만났다. Amy는 오늘 오픈카를 렌트했다며 같이 타고 다니자고 제안을 했다.

원래는 머스탱을 렌트했었는데 어쩌고 저쩌고 해서 다른 차를 빌린 상태였다.

또, 원래는 어떤 남자 오피서랑 머스탱을 타고 데이트를 할 예정이었는데, 역시나 어쩌고 저쩌고 데이트가 파투 난 상태였다.

그래서 머스탱 대신 랜덤 오픈카가, 남자 대신 내가 Amy의 일정에 투입됐다. 나야 좋지 뭐?


Amy는 특이한 친구다. 남자를 과하게 좋아하는 친구다.......

한 명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을 좋아하는 친구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자유시간엔 주로 남자랑 놀기 때문에 우리랑 별로 안 친하지만 나랑은 은근히 친해졌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나는 Amy의 남자들한테 관심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픈카에서 Amy의 남자(들) 얘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호놀룰루 일대를 누볐다.

슬슬 크루즈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쉬웠지만, 이 정도면 알차게 보낸 이틀이었다고 만족하며 오아후 섬에게 굿바이를 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준 호놀룰루

4.27km 높이에서 점프도 해보고, 바에서 잠들어서 kick out도 당해보고, 역대급 행오버도 겪고, 와이키키 비치 갔다가 오픈카 드라이브로 마무리까지.

이 모든 일정을 함께해 주고, 나를 안전히 지켜준 소중한 크루즈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 한가득.. ♡


하와이 이제 Kona 하고 Nawiliwili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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