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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주신쥬디 Sep 10. 2024

안녕 하와이, 난 이제 떠나

Five sea days again

알찬 하와이 탐험을 마치고, 우리에게 남은 여정은 5일간의 sea days.

하와이로 갈 때는 서쪽으로 가니 time zone에 따라 시간을 바꿀 때 한시간씩 벌었는데,

이번엔 동쪽으로 가느라 5일동안 무려 세시간을 잃었다!


12월 20일에 샌디에고로 돌아와 승객들도 내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크루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5일간의 항해였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 덕분에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크루즈 곳곳엔 아기자기한 데코가 자리를 차지했고, 승객들의 옷차림도 Christmasy 해졌다.

크리스마스 전에 집에 가는 일정이라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파티는 없었지만

송별회 겸 우리끼리의 파티를 즐겼다.

지구 반대편으로 good bye를 해야 하는 아쉬운 마음을 그렇게나마 달랬다.

평소엔 굳이 가지 않는 fine dining도 가고, 낮엔 tea time도 하며 "승객 놀이"를 즐겼다.

(평소엔 빨리,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뷔페만 간다.)

"The Band" 그리고 우리와 친해진 시드니.

밴드와 유난히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같이 연주도 하고, 탁구, 다트, foosball, 바보게임 등을 하며 여가시간도 같이 보내고 하와이 여행까지 같이 했으니! 각별해진 팀이었다.

크루즈엔 망나니 같은 삶을 사는 직원들도 꽤 많은데, 우리 팀에는 단 한 명도 그런 부류가 없었다.

전부다 music nerd 마냥 음악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거기다 유머감각, 센스까지 있는! ㅋㅋㅋ


하루는 기타리스트 미켈란젤로가 나를 좋아한다고 뜬금없이 고백을 했다.


응????????


미켈란젤로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떠나는 날 탑승하게 될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그의 여자친구라는 걸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나도 여자친구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데!


"Judy, I know I shouldn't feel this way, but...." 하며

날 좋아한다고!?


너무 예상치 못한 고백이라 난 동공지진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다행히(?) 지나가던 올리비예가 "hey guys~~~" 하며 우리에게 말을 거는 바람에

미켈란젤로의 고백은 일방형으로 흐지부지 끝이 났다.

어색함 속에서 날 구해준 올리비예에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휴.... 거절의 말을 할 필요 없이 자연스레 지나갔다!


그 후로 잠깐의 어색함이 돌았지만 금세 없었던 일인 듯 평소처럼 지냈다.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해야 했다.

한 달간의 베짱이 삶을 마무리하고 눈 쌓인 시카고로 돌아가야지.

가족들이랑 크리스마스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가장 기대했던 하와이 여행을 마쳤으니 후련한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한편

크루즈 친구들과 또 이별하고, 이 편안한 삶에서 떠나는 아쉬움도 만만찮게 컸다.

몇 번 남지 않은 무대 공연도, 솔로피아노 연주도,

싱어, 댄서 친구들이 펼치는 뮤지컬 공연도 이제 못 본다니, 모든 게 너무 아쉬웠다.


집에 가면 같이 연주할 뮤지션도 없고, 공연 볼 일도 없는데..

여기서 좀 더 놀면서 돈 버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세 번째로 떠나는 크루즈라 이 마음이 익숙했다.

'또 타면 되지 뭐'라는 백업 플랜을 마음 한편에 또 담았다.


"Never say never!"


샌디에고에서 나와 바통터치하게 될 피아니스트는 내 베프였다.

서로를 소울메이트라고 부르는 내 베프에게 크루즈 일을 강력 추천했고,

내 에이전시를 통해 친구는 이번에 처음으로 크루즈 피아니스트 일을 하게 되는 거였다.


샌디에고에서 떠나기 전, 배에 남아 있을 친구들에게 내 베프에 대해 얘기해 주며

내 베프의 첫 크루즈니까 각별히 잘해주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베프와 함께하게 될 밴드 멤버들 또한 좋은 사람들인 게 안심이 됐다.


워낙 믿음직스러운 친구라 연주도, shiplife도 잘 적응할게 틀림없었다.


샌디에고에 도착한 아침이 밝았다.

Time to go home!

소박하지만 무거운 짐가방을 끌고 나와 내 선실을 비웠다.

그리고 베프가 크루즈에 탔다!

우린 온갖 호들갑을 떨며 서로를 맞이하고 주어진 짧은 시간에 폭풍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나는 crew ID를 반납하고, 여권을 받아 크루즈에서 내렸다.


회사에서 준 시카고행 비행기가 늦은 밤 비행기여서, 반나절동안 머무를 호텔과 식비까지 받았다.

셔틀을 타고 혼자 호텔로 갔다.


하.. 한달간의 크루즈 라이프, 순식간에 끝났구나.

이제 집에 가는 일만 남았네..




하지만 난 그날

집으로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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