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서핑을 경험하다
동생과의 여행 루트는 [로마 - 피렌체(플로렌스) - 베니스 - 파리 - 제네바]였다.
피렌체에서 하루 묵은 우리의 숙소는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으로 찾은 숙소였다.
호스트가 관광객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며 문화 교류를 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숙박 플랫폼인 카우치서핑은 내게 신세계였다.
이 흉흉한 세상에 뭘 믿고 남의 집에서 숙식을 제공받나..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긴 했지만 동생과 서로를 의지하고? 숙소를 찾았다.
호스트는 70세는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셨고, 그의 집엔 침대가 여러 개 있는 게스트룸이 있었다.
우린 저녁시간쯤 체크인을 해서 도착하자마자 다이닝룸으로 안내를 받아 식탁에 앉았다.
할아버지의 규칙은 이러했다: 저녁 식사는 게스트가 본인 나라의 음식을 소개하며 공유하는 시간!
마침 폴란드에서 여행 온 20대 남자 게스트가 네명 있었는데 그들이 요란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엌이 너무 시끄럽고 지저분한 데다가 기름냄새로 가득해서 당황했지만 동생과 나는 묵묵히 그 순간에 적응을 했다.
폴란드 게스트가 준비한 저녁은 돼지고기 튀김(돈가스)였다.
조금 질퍽이긴 했지만 먹을만했다.
식사시간 내내 폴란드 애들은 시끄럽고 때론 무례하기도 했다.
호스트 할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할아버지가 예쁜 노란색 드링크를 한잔씩 건네며 리몬첼로(Limoncello)를 소개해주셨다.
그때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전통 디저트 술 리몬첼로의 맛을 알았다.
동생과 나는 다음날 떠나는 일정이라 아쉽게도 한국 음식을 소개할 기회는 없었다.
돈 한 푼 안 내고, literally 공짜로 얻어먹고 자고 간다는 게 맘이 영 편치 않았다. 그래서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폴란드 애들이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굴어서 상당히 짜증이 났지만 카우치 서핑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납득하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호스트 할아버지가 준비해 주신 조식을 간단히 먹고 우린 그의 집을 떠났다.
극구 사양했지만 할아버지께서 친절하게 우리의 다음 관광지인 Abbazia di San Miniato al Monte까지 데려다주셨다.
가는 길에 몇 가지 질문을 드렸다.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카우치서핑을 왜, 언제부터 하셨나요?“
할아버지는 대답하셨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걸 좋아하던 아내와 사별 후, 아내가 좋아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물론 힘들기도 하고, 어제처럼 무례한 게스트들이 종종 있지만 아내가 없는 공허한 집을 사람들의 온기와 웃음으로 채우고 싶어 오랫동안 카우치서핑 호스트를 하고 계신다고 답해주셨다.
“무례한 한국인은 없었나요?”
부끄럽게도 rude Koreans는 꽤 있었다고 하셨다. 여자 게스트들은 대부분 괜찮았는데 남자 게스트들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있었다고…
괜스레 미안해지며 우리가 대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할아버지가 우리를 데려다주신 곳은 피렌체에서 가장 높은 곳이었다.
피렌체 시내와 전날 갔던 두오모 성당까지 한눈에 보이는 스팟, 그리고 거기에 우뚝 서있는 산 미니아토 알 몬테 성당.
이번에도 동생과 나란히 서서 성당 정면을 스케치했다.
두오모와는 전혀 다른 양식의 건물인 데다가 흰 건물에 진녹색의 선이 분명한 디자인이어서 흑백 스케치로 표현하기에 비교적 수월했다.
두 페이지에 피렌체를 담고 우린 다음 목적지인 베니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