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암스테르담, 북유럽 크루즈 본격적으로 시작!

by 연주신쥬디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작해서 바하마, 지중해 나라들을 거쳐 북유럽에 도착했다. 멀리 왔구나!!

이제 본격적으로 북유럽 크루즈가 시작된 것이다.

암스테르담은 이제부터 승객들이 교체되고 크루즈 사이클의 시작 포인트가 되는 주 항구(Home Port)가 되었다.

내가 코닝스담에서 내릴 때까지 최소 일곱 번은 오게 될 암스테르담.

20180520_122658.jpg


이렇게 반복해서 오는 항구가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한 번에 관광 욕심 안내도 되고, 쇼핑할 곳도 생기고, 말 그대로 “Home” port가 되는 것이다.

너무 여러 번 편한 마음으로 와서 그런지 남은 사진도 몇 장 없다.


크루즈 회사가 Holland America Line인지라 크루즈 내에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이미 많았다.

그들의 큰 덩치와 네덜란드식 영어 발음도 많이 익숙해졌던 터라 암스테르담에 첫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게 많이 기대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영어로 말이 통하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ㅋㅋ

그래서 알파벳부터 달랐던 그리스가 매력적이라고 느꼈고, 후에 러시아도 다녀왔는데 러시아 역시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다.


20180722_111328.jpg 자전거가 빼곡히 담긴 자전거 주차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처음 암스테르담에 온 날, 크루즈에서 내리자마자 도시가 보이기도 전에 수천 대의 자전거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인구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


운하, stroop waffle, 뾰족한 건물들까지 벨기에 브뤼헤와 비슷한 느낌의 도시였다.

벨기에보다 크고, 덜 귀엽달까?

20180729_145216_001_01.jpg 브뤼헤에서 그린 그림이랑 유사한 암스테르담 풍경



별다른 감동 없이 베프와 도시를 걷다가 건너편에서 우리를 향해 오는 동료들과 마주쳤다.

공연장 backstage에서 조명, 사운드, 소품 등을 담당하는 남자 스탭들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Red light district이 어디인지 길을 물었다.

.....??.... 그걸 왜 물어??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는 워낙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구경하러도 많이 간다지만, 굳이 거길 가려는 스탭들의 모습에 난 충격을 받았다.

대부분 필리핀에 가족을 둔 유부남들이었기 때문에 더 더 더 더 더 그 질문이 싫었다.

그냥 구경하러 가는 거겠지 싶으면서도 구경을 뭐 하러 하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다.



대마가 합법인 곳이라 대마잎으로 꾸며진 간판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에서 Coffee shop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 커피숍이 아닌 대마를 판매하는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실제로 커피숍이라고 쓰여있으면서 배경은 초록색 대마잎이 그려진 간판이 많았다.

커피를 마시려면 coffee shop이 아닌 café 를 찾아가야 했다.

이렇게 대마와 홍등가가 활성화된 암스테르담을 난 아름다운 도시라고 하지 않는다. 사실 크루즈 내에 네덜란드 남자들도 별로인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일곱 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첩에서 암스테르담 비중은 굉장히 적다.

암스테르담에서 몰래 마약을 가지고 크루즈에 들어와 적발된 직원 에피소드도 나중에 별개로 풀어보려 한다. (굉장히 재밌을 예정)



그래도 (내 기준) 추악한 문화는 흐린 눈 하고, 암스테르담의 좋은 면모는 최대한 즐겼다.

베프와 나는 같이 쇼핑도 하고, 때론 카페에서 와이파이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여유도 부렸다.

“집”에 온 것처럼, 편하게 마실 나가듯 도시를 구경했다.

그중 한 번은, 학회 참석을 위해 암스테르담에 온 교회 언니와 마침 시간이 맞아서 급만남을 성사하기도 했다.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암스테르담에서 만나다니! ㅋㅋㅋㅋㅋ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20180603_232437.jpg
1528032805946.jpg



Favorite city는 아니지만, 암스테르담 마지막 방문 날에는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다.

내가 암스테르담을 안 좋아하는 걸 아는 친구들이 애써 나랑 놀아준 것이다.ㅋㅋㅋ

모처럼 햇살이 맑은 날이어서 밖에서 맥주도 사 먹고, 반 고흐 뮤지엄에도 가고, 포토존 I AMSTERDAM에도 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증샷은 패스했다.

대신! 사람이 적은 뒤편으로 와서 셀카를 찍고 좌우반전을 해서 친구들과 기념샷을 남겼다.ㅋㅋㅋㅋ

38019113_10216963384462845_6224625269492154368_n.jpg 포토존 뒤편에서 찍고 좌우반전한 사진 ㅋㅋㅋㅋ

사진 속 친구들은 아르헨티나 출신 뮤지션 친구들이다. 특히 마티랑은 다른 크루즈에서도 우연히 같이 일을 하게되어 크루즈 하면 떠오르는 친구 top 5 안에 들 정도로 친해졌다. 지금도 인스타그램으로 근황을 주고받는다. 보고싶은 크루즈 친구들.


20180722_105734.jpg
20180603_125425.jpg


암스테르담을 Home Port삼아 크루즈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러시아, 그리고 노르웨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중 노르웨이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냈는데, 광활한 자연은 아무리 많이 봐도 지겹지 않았다. 도시보다 산과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북유럽 크루즈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암스테르담에 처음 발을 디딘 건 5월 20일이었고, 나는 8월 5일에 크루즈에서 내렸으니 두 달 반동안 북유럽에서 살았던 셈이다. 그때 눈으로 본 피오르드와 백야현상은 그 어떤 사진이나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웅장해지는 순간이었다.

3월엔 캐리비안 해변이 천국같이 좋았고, 4월, 5월 지중해 크루즈땐 매일매일 영화 한 편 속에 다녀온 듯했고, 남은 북유럽 크루즈 동안엔 한량처럼 자연에서 거닐었다.

7년이 지나 기억을 회상하는 지금이지만 내 지구 최강 기억력에서 꺼내서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keyword
이전 19화벨기에 브뤼헤(Bruges), 러블리 도시 그 자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