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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깃글 Oct 07. 2019

서울 구경

버스 앞자리의 가치

한강을 오르내리는 순간은 언제나 즐겁다

2015년도 아마 늦가을 즈음 강남파이낸스센터에서 면접을 보았다.
41층 정도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일몰, 마침 칵테일 데이라 회사 내부에서 바텐더가 말아준 칵테일은 어색한 정장 차림의 내가 처음 맡아본 서울 풍경이었다.
 
그 회사의 자유로움, 강남의 빌딩 숲, 조금 탁한 공기, 뭔가 더 큰 동네에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면접을 마치고 서울 고모집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올라탔고 맨 앞자리에 우연히 앉았다.
기사님과 같은 방향으로 앞을 바라보니 더 넓은 영동대로가 보였다. 해가 진 하늘, 자동차의 불빛, 어디론가 걷는 사람들이 ‘서울’이라는 두 글자로 비쳤다.
 
기사님은 매일 이렇게 넓은 서울을 보고 계시겠구나. 평소 앞자리보다 남들의 참견을 덜 받는 뒷자리를 선호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버스 앞자리의 매력을 느꼈다. 시티 투어 버스를 탄 듯, 유럽의 트램을 탄 듯 진짜 서울 구경을 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앞자리의 가치를 잊은 서울 사람이 되었다. 그냥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이 참 밉고, 탁한 서울 공기는 너무도 싫고, 광화문 소식은 새롭지도 않은 서울 사람. 그래도 참 신기하게 낮과 밤 아침과 저녁 한강을 지나칠 때면 나는 꼭 고개를 든다. 일렁이는 물, 물에 비친 도시의 모습, 해가 지거나 달이 뜨는 빛깔은 다시금 나를 넋 놓고 서울 구경하는 부산 촌뜨기로 만들어 준다.


뭉글뭉글 한강 위 여름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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