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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스드 폰 Sep 11. 2023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내가 사랑스럽나?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근래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빈번히 나옵니다. 부가적으로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휘둘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는 말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 메시지에 감동하고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저는 도통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자, 진정한 나를 수용하자.


메시지는 아름답고 좋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일반적으로 그것을 주장하는 메신저는 화려하고 사람들에 사랑받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만약에 가정을 보태서 그 사람들이 부모님을 포함해서 세상에서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삶을 살았다면 자신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진정한 나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을 사랑하자고 설파할 수 있었을까요?

내가 아무리 자신이 사랑스럽고 멋지다고 주장해봤자 타인의 인정이 없다면 그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극단적인 예에 불과합니다.

또한,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일단 전 못한다고 자신합니다.     

정도의 차는 있을지라도 다수의 사람에게 호감을 받지 못한 삶은 충분히 우리 근처에서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형성되지 못한 자신을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정서적 고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하게도 최근에 타인의 시선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메시지가 우후죽순 설파되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너도 가치 있다, 당신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거나 말입니다.

일견 이해되는 면도 있습니다. 삶이 힘들고 지친다면 누군가에게 달콤한 위로를 듣고 인정받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입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저는 스스로에게 매몰차게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가치 있으려면 가치 있는 내가 되는것이 먼저라고 말입니다.

  

저는 개인이란 집단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자의식, 정체성 등 내적인 것을 포함한 말입니다. 왜냐하면 개인의 자의식이란 타인의 규정이 없다면 형성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의식이란 나를 인식하는 능력입니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에 자극받고,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등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의식은 추상적이고 명확하지 않기에 우리는 더욱 구체적인 방법(이를테면 규정된 언어)을 매개로 자신의 자의식을 탐구하고 정의합니다.

그 규정된 언어로 정의된 자의식을 저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의식에 의한 시각이 일관적으로 말 또는 행동으로 표현되고 이윽고 패턴으로 정립된다면 그것이 개인의 정체성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넌 얌전한 사람이야 혹은 넌 외향적인 사람이야 등이 그것입니다.     


결국, 나의 정체성이란 나를 바라보는 타인이 없다면 형성될 수 없다는 뜻 입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시선에서 오는 피드백과 스스로 규정하는 자의식이 괴리가 일어나면 개인은 큰 혼란을 겪게 됩니다. 결국 내 입맛에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만을 이루는 폐쇄적인 사람이 되든지 타인의 시선을 전면 부정하고 자기만의 세상으로 도피하게 됩니다.

어떤 모습이든 현실에 제대로 적응한 삶의 모습은 아닙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니 남들도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름답지만, 이상적인 말일 뿐입니다.

저는 그러한 말을 들으면 '무슨 소리야 내가 나를 사랑하든 말든 남들은 관심도 없던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저는 기회가 있다면 나의 자의식과 세상이 괴리된 것이 아닌지, 나의 이상을 위해서는 어떤 정체성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현미경의 배율을 맞추듯 냉정하게 스스로를 규정하다 보면 진정한 나의 정체성과 그것으로부터 오는 차별성(혹은 강점)이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 속의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때로는 원하지 않는 진실이라 하더라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후에서야 나만의 시각, 나만의 정체성, 나만의 차별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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