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이라는 표현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은 마치 ‘생전 처음으로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정신적인 대혁명 같았으며 때를 만난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뒤 나는혼란스러웠다. 자극, 반응, 간격은 익숙한 단어들인데 이렇게 조합되니 생소했다. 특히 '간격'이라는 단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극, 간격, 반응은 무슨 연결고리가 있을까. 마치 라면과 짜장 사이에 파스타가 낀 느낌이었다. 생각만으로도 느끼한 면 요리의 조합처럼 생소하게 다가왔다.
그날 이후 ‘간격’이란 단어는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신발에 붙은 껌처럼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좀처럼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일주일 즈음 지난 뒤에 몸으로 풀어내면서 서서히 실마리가 잡혔다.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손바닥을 마주한 뒤 왼손은 자극, 오른손은 반응이라는 가정을 하며 왼손과 오른손 사이의 간격을 바라보았다. 공간, 비어있는 영역, 손바닥을 벌렸다 오므리기를 반복하며 이곳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문제의 해결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 사람일까?
모든 자극과 반응 사이 간격이 똑같다면 어떨까?
자극마다 반응하는 간격을 다르게 조절할 수 있을까?
‘간격’을 고무줄처럼 늘리고 줄이며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했다. 급한 성격으로 바로 답하고 듣기를 좋아했는데, 자극에 반응하는 간격을 조절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말 한 뒤 대답 듣기를 조급해하지 않았고 질문받고 바로 답하지 않는 연습을 했다. 의식적으로 사이를 벌렸다.
서서히 간격이 보였다. 잠시 멈추며 벌어지는 시간차를 느끼며 질문에 따라 간격을 다르게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밥 먹었냐”는 쉬운 질문에 간격이 있으면 답답했다. 운동이나 샤워하는 등 행동에 관한 질문은 바로 답하고, 생각이 필요한 질문에 간격을 두었다. 밥도 뜸 들여야 더 맛있듯 “맛이 어떠냐”는 질문에 “맛있다”고 바로 답하기보다는,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들여 “담백하고 뒷맛이 깔끔해서 맛있다”라며 구체적으로 말해줄 때 서로의 기분이 좋았다. 처음 생각과 같은 답을 하더라도 간격을 가진 뒤 눈을 바라보고 하는 대답은 더 신중해 보였다.
간격을 이해한 뒤 감정의 흐름을 느꼈다. 남편의 말에 급하게 답한 뒤 불편한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간격을 만들면서 서서히 평온이 찾아왔다. 목소리가 높으면 과거에는 왜 짜증 내냐며 쏘아붙였는데 답하지 않고 기다리는 연습을 했다. 때로는 말하는 타이밍을 놓쳐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다툼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 편안함이 남편에게 흘러갔다. 우리는 안정되기 시작했다.
감정 조절이 어려운 분, 우울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분들과 대화하면서 감정의 전이를 설명했다. 자신이 너무 고집 세다고 말하는 분에게 고집이 없었다면 유혹에 쉽게 넘어갔을 거라며 고집의 필요성을 나누고,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신중함을 대화했다. 행동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게으르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생각도 활동하고 있다는 내 말을 듣고, 그들은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저는 당신의 편안함만을 생각하지 않아요.”
“네?”
“당신이 오늘 만나는 모든 사람의 편안함을 생각해요. 당신이 편안해지면 당신이 만나는 모두가 편안할 거예요.”
“아~~”
“감정은 서로에게 전이됩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분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은 상대방에게 전이된다. 짜증도 평온도 알게 모르게 스민다. 가족이 편안하길 바란다면 가장 먼저 자신이 편안해져야 한다. 마음에 걱정이 가득한데 가족이 편안해지기만 바라고 관계하면 잔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같은 말도 어떤 감정으로 하느냐, 간격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는 부부싸움의 원인이 주로 남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언어에도 문제가 있었다. 간격을 이해하고 즉각적으로 대답하는 습관을 바꾸니 대화가 편해졌고, 그의 표정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나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을 통해 더 깊은 소통과 이해를 추구한다. 오늘도 간격을 통해 모든 순간 내 마음은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