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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Jul 30. 2023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읽고 나면 인생이 바뀔 것 같은 책

 영어책 한권 "읽어봤니"? 가 아니다.

한 권 읽기도 힘든 영어책을 무려 "외워봤니?"라고 묻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이다.


 저자 김민식은 MBC 드라마국 PD이다. 1987년 한양대 자원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엔지니어가 되기엔 학점이 부족했고, 1992년에 한국 3M에 영업직으로 입사했으나 세일즈를 하기엔 끈기가 부족했고, 1995년에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에 입학했으나 통역사로 먹고살기엔 시트콤을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선택한 직업이 방송국 PD. 1996년 MBC에 공채로 들어가 버라이어티 <!느낌표>,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혹독한 연출 수업을 받고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섰다가, 시대를 앞서간 드라마 <조선에서 왔소이다> 등을 연출했다. 비록 너무 앞서 간 탓에  비운의 조기 종영을 당하긴 했지만... *


그를 처음 본 건 페이스북에 올려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연 영상에서였다. 2~3분 정도의 짧은 클립이었다. 그즈음 페이스북에 자주 올라오던 ‘세바시’ 영상 중에 하나였는데 그 어떤 영상보다 기억에 남았던 건 너무 웃겨서였다.

영상 속에서 그는 춤을 추며 자신이 어떻게 춤을 잘 추게 되었고,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고, 어떻게 MBC PD가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었다. 나이트에서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배우기 시작했다는 춤은 영상으로만 보기에는 그의 말만큼 잘 추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춤을 즐기고 있었고, 행복해 보였다. 그가 궁금해졌다.

유튜브에서 강연 전체 영상을 찾아봤다. 좀 더 알고 싶어 져서 그의 블로그를 방문해서 글을 읽었다. 짐작했던 대로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다. 2010년 12월에 시작했던 블로그에 7년이 넘는 지금까지 거의 매일,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글을 올리고 있다. 매일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글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가 떠오른다.

어렸을 때는 못생겨서 왕따를 당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스무 번 연속으로 여자에게 차였다고 한다. 못생긴 외모를 극복하고자 춤을 연습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그렇게 못난 놈이 아니란 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기 위해, 남보다 잘하는 특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유학을 갈 상황이 못 돼 국내에서 독학으로 공부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셀프 몰입 유학”이란 걸 하며, 미친놈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그 덕에 “국내에서 공부한 사람 중에서 전국 영어 1등”임을 인정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춤을 추며, 영어를 공부하며, 결과가 아니라 배우는 과정을 즐기고,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이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공부조차 즐겁게 만들어버리는 저자를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살면서 영어를 써먹을 일이 얼마나 될까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이렇게나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답한다. 그것도 아주 신나서. 그는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 단순하지만 우직하게 정도를 달려온 진짜다. 책을 읽다 보면 영어 실력만 향상되는 게 아니라, 이러다 정말로 인생이 바뀔 것 같다.

– 추천글, 김태호(MBC <무한도전> PD)


 이 책은 나이가 들었는데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고 있다. 영어 공부가 고민이 아닌 사람이 읽어도 좋다. “영어 공부”에 현재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다른 것을 대입해도 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역사 출신 PD라고 해봤자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영어를 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끔 선배들이 놀려요.
“영어 공부한 거 후회하지 않냐?”
전 후회하지 않아요.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거든요.


 비슷하게 나도 후회하지 않는 일이 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갔던 거다. MBA를 하고 나면 유명 외국 기업에서 거액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안하며 바로 모셔갈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졸업 후 취업하느라 한동안 힘들었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는 고작 6년 만에 퇴사했다. 많은 돈을 들여서 공부했지만 몇 년 후 공부했던 것과 관계없는 일을 하게 되자, 가끔 후회되지 않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도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물어봤다. 답은 언제나 “후회하지 않는다”였다. 들인 돈과 시간,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금전적으로는 손해 보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삶에는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나는 MBA를 마치고 나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어떤 힘든 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2년간의 대학원 공부는 그동안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하는 공부도 어려웠지만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 심적 부담이 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나이에 왜 남의 나라에서 왜 생고생인지...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고, 나보다 훨씬 똑똑해 보이는 동급생들을 볼 때마다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이러다 재취업은 할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후회와 절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과정을 기어코 마치고 졸업장을 받는 순간, 세상에 못 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버려지는 노력은 없다.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읽은 책은 많다. 그런데 너무 대단한 사람이 쓴, 대단한 방법이라 ‘나는 안 되겠구나’하고 좌절감만 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대단하지만 어찌 보면 찌질하고, 현재는 훌륭하지만 그 시작은 미약했던 사람의 글이라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실제로 그가 책에서 추천한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고 방법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김태호 PD의 추천글처럼 “이러다 정말로 인생이 바뀔 것”만 같다. 이 행복한 착각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작가 소개 참고


https://m.search.daum.net/search?w=bookpage&bookId=839862&tab=introduction&DA=LB2&q=%EC%98%81%EC%96%B4%EC%B1%85%20%ED%95%9C%EA%B6%8C%20%EC%99%B8%EC%9B%8C%EB%B4%A4%EB%8B%88%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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