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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Aug 02. 2023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필독서

The Elements of Style: The Little Book


The Little Book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 책은 작고 얇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였던 윌리엄 스트렁크 2세 (William Strunk Jr.)가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자비출판했던 책이니 시작은 미약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을 거다. 이 작은 책이 100년이 넘는 동안 미국 중, 고등학생들의 글쓰기 필독서로 사용될 줄은...

 

William Strunk Jr.(윌리엄 스트렁크 2세: 1869.07.01~1946.09.26), 미국의 영문학 교수.

윌리엄 스트렁크 2세는 1869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태어나 1946년 뉴욕에서 생을 마감했다. 46년 동안 코넬대학교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그의 삶 전부가 영어를 배우고 또 가르치는 데 바쳐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8년에 그의 모든 역량이 결집된 이 책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위해 자비 출판했다. 이후 그의 제자였던 E.B. 화이트가 개정판을 내며 1,000만 부 이상이 팔려, 20세기를 대표하는 글쓰기 기본 가이드 책이 되었다.


Elwyn Brooks White(E.B. 화이트: 1899.07.11~1985.10.01), 미국의 작가.

E.B. 화이트는 뉴욕에서 태어나 코넬대학교를 졸업하고 잡지 <뉴요커>에서 필자 및 편집인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1938년에 시골로 이주하여 농장 생활을 시작했으며 농장의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많이 썼다. 대표적인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샬롯의 거미줄(Charlotte’s Web)>과 <스튜어트 리틀(Stuart Little)>이다. 아기 돼지와 거미의 우정과 사랑을 얘기한 <샬롯의 거미줄>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문학 작품으로서 완벽하고 기적적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책으로 1954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어린이책 가운데 가장 뛰어난 공헌을 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Newbery Medal”을 받았다.

1959년에 그는 코넬에서 가르침을 받은 스승인 William Strunk Jr. 가 쓴 <The Elements of Style>을 개정, 업데이트해서 다시 출판했는데, 이때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애초에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자비 출판했던 100 쪽도 안 되는 작은 책이, 100년 동안이나 미국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고, 스티븐 킹, 댄 브라운 등 수많은 작가들이 글쓰기의 교본으로 삼는 책이 되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전공인 신문방송학과의 필수과목인 언론문장연습 수업의 교재였다. 신문기사나 사설을 쓰는 연습을 하는 수업에서 영작문 가이드북을 교재로 쓴다니... 그것도 원서로 읽어야 해서 학생들의 불만이 컸다. 나는 1학년 때 이미 이 수업을 들었지만 학점이 나빠 재수강을 하려는 참이었다. ‘교수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교재로 쓸까?, D로 만족하고 다시 듣지 말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듣기로 했다. 두 개 밖에 안 되는 전공필수과목 중의 하나인데, D를 받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때 나는 호주에서 7개월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막 돌아왔던 터라, 영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두 번째 시간에 수강인원이 반 정도로 줄어들었을 때 다시 한번 망설였다. 하지만 이미 정정기간이 지나서 그냥 들을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어렵기로 악명이 높았던 교수님 답게 읽기 및 영작 등 과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내가 쓴 부끄러운 글을 잘 쓴 글의 예시로 읽어주셨고, 다음번에는 진짜 잘 쓰고 싶어서 열심히 과제를 해 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A+를 받고 말았다. 이 과목에 집중하느라 다른 과목의 학점이 엉망이었던 게 문제였지만... 그렇게 나는 다음 학기, 그다음 학기에도 이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고 모두 A+를 받았다. 원서로 수업하고 과제가 많아서 수강 인원이 많지 않았던 수업에서 나는 독보적인 존재였고, 교수님이 가장 예뻐하는 학생이 되었다. 교수님은 그동안 가르친 학생 중 내가 가장 똑똑하다며, 대학원에 진학해 당신의 제자가 되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셨다. 하지만 교수님은 그의 수업 세 개가 내가 전공과목 중에서 A+를 받은 전부였다는 것은 모르셨다.

몇 년 뒤 미국의 경영대학원에 가겠다고 추천서를 부탁하러 갔을 때, 그리고 합격 후 인사를 하러 갔을 때도 누구보다도 기뻐하셨다. 그때까지도 교수님은 나를 가장 똑똑했던 학생으로 기억하셨고, 대학원 공부도 잘할 거라고 격려해 주셨다. 하지만 그의 축복과는 달리 처음 접하는 경영학 수업은 너무 어려워서 따라가기가 힘에 겨웠다. 특히 거의 매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써서 제출해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이때 다시 <The Elements of Style>을 만났다. 영어로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 교수가 추천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미국의 중, 고등학생들은 이 책을 필독서로 삼아 글쓰기를 훈련한다며...

몇 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수업의 교재가 아니라 글쓰기 가이드로 읽으면서, 이에 맞게 글을 쓰는 연습을 했다. 그제야 한국에 있는 대학교의 ‘언론문장연습’이라는 수업의 교재로 뜬금없이 영어 글쓰기 책을 사용했던 교수님이 이해가 되었다. 문법이나 일부 단어 사용 부분을 제외하면 좋은 글을 쓰는 원칙은 국어나 영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불필요한 단어 생략, 주어/술어 맞추기, 긍정문 사용, 논리적인 전개 등은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로 좋은 글을 쓰고자 할 때도 필요하다.


다만 너무 오래전에 출간된지라 현재에는 맞지 않는 문법이나 용례 등이 있다. 또한 너무 문법 중심이라 책에 소개된 규칙을 모두 따를 경우, 특히 문학의 경우, 다소 딱딱한 재미없는 글이 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작가도 인정했다.  

"It is an old observation that the best writers sometimes disregard the rules of rhetoric. When they do so, however, the reader will usually find in the sentence some compensating merit, attained at the cost of the violation. Unless he is certain of doing as well, he will probably do best to follow the rules. After he as learned, by their guidance, to write plain English adequate for everyday uses, let him look, for the secrets of style, to the study of the master of literature."


실제로 훌륭한 작가들은 종종 작문 규칙을 어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수많은 글쓰기 규칙과 문법을 다 지켜서 글을 쓰면 결국 개성이 없이 밋밋하고 지루한 재미없는 글이 된다고. 그래서 위대한 작가들은 문법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는 뛰어난 작가가 아니다. 우선은 좋은 글쓰기의 규칙을 따라서 쓰자. 먼저 일상적 용도에 맞는 간결한 영어 문장 쓰기를 완전히 습득한 후에 문체의 숨겨진 비밀을 찾아서 문학의 거장들을 연구해도 늦지 않다.


"영어로 글쓰기" 책을 쓰겠다고 했을 때, 이 책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글을 쓸 때 가장 많이 참고하게 될 책이라서 그렇다.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번역본이 출판되었지만 원서로 다시 한번 읽고 싶었다. 되돌아보니 내가 영어로 글 쓰는 걸 좋아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책이다. 아니 글쓰기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없애는 출발점이 된 책이기도 하다. 언감생심 스티븐 킹 같은 위대한 작가는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그와 같은 책을 참고 도서로 사용하는 작가가 될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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