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로하 Aug 03. 2023

초등학생 영어 연수, 보내야 할까요?


코로나로 인해 줄어들었던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거의 3년 동안 억누르고 있던 욕구가 터져 나와 공항은 연일 인산인해라고 한다. 게다가 방학을 맞아 학생들의 연수여행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방학뿐 아니라 아예 한 학기나 1년을 갔다 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 같은 반의 친구가 어학연수를 갔다 와서 프리 토킹을 아주 잘하게 되었다며, 자기도 가고 싶다는 자녀를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도 종종 있다. 이런 고민을 들을 때 나의 답은 ‘여유가 있다면 보내는 건 좋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이다. 

2~3개월, 또는 한 학기를 다녀와서 말을 술술 잘하게 되었다면 그 학생은 그전부터 영어 공부를 많이 했고 잘하던 학생이었을 확률이 높다. 단지 실제로 말을 할 기회가 부족해서 닫혔던 말문이 어학연수를 계기로 트였을 거다. 영어를 잘 못하거나 그저 그랬던 학생이 몇 개월의 해외 생활로 자유롭게 말을 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으면” 보내라는 건 영어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하기 싫고 어렵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로만 여겼던 영어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란 걸 깨닫게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TV나 온라인으로 다양한 영어 콘텐츠와 학습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건 다른 이야기이다. 외국인과의 대화가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입이 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들의 말을 알아듣고, 또 그들이 나의 말을 알아들어서 원하는 걸 얻게 되는 건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한 발 나아가 친구를 사귀게 되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처음에는 손짓, 발짓 등을 통해 알아듣기만 해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TV나 영화를 보며 줄거리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농담을 이해하며 함께 웃고 싶어지기도 한다. 영어를 쓰는 홈스테이 가정에서 지내게 되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이, 그것도 영어를 잘 못하는 어린이가 말이 전혀 안 통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몇 달을 보내는 건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초등학생 어학연수의 경우에는 한국인 보호자가 있는 가정에 지내거나 한국인 가이드가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에는 효과가 없는 걸까? 

몇 년 전 겨울 방학에 조카가 캐나다의 학교에 갔다 왔다. 현지 학교에 단기 위탁 교육 형식이라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한국 학생들이 한 반에 5 - 6명씩 들어가 현지 학생들과 함께 공부를 했다고 한다. 캐나다 학생들과 짝을 이루어 같이 공부도 하고 박물관 등을 견학하기도 했단다. 겨울에 갔으니 스키 캠프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한국 학생 여러 명이 한 반에 있다 보니 현지 학생들보다는 한국 어린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연수가 끝났을 때는 생각만큼 영어가 늘지도 않았다. 실망한 동생에게 조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스키 캠프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영어를 못 해서 새치기하는 애들에게 아무 말도 못 해서 속상했어요. 영어를 잘하고 싶어요.”


그 후 조카의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 한 건 아니다. 다만 영어를 제일 싫어하던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영어 책을 찾아 읽을 정도이다. 초등학생을 방학 동안 해외에 보낼 때는 딱 이 정도의 효과만 기대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 리더가 되는 꿈을 갖게 되거나, 외국 친구를 여러 명 사귀어 지속적인 연락을 하느라 영어 실력이 쑥쑥 늘어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영어에 대한 흥미가 생기고 왜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만 생겨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도의 변화에 수백만 원을 써야 하는 걸까? 다른 더 효율적인 방법도 있지 않을까? 맞는 얘기다. 초등학생, 중학생의 해외 영어 연수는 그다지 가성비가 좋지는 않다. 그러니 옆집 아이가 갔다는 이유로 우리 아이도 보낼 필요는 없다. 

“여유가 있다면” 보내도 괜찮다고 했다. 이때 여유는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부모의 “마음의 여유”도 포함된다. ‘그렇게 큰돈을 썼는데 왜 이것밖에 안 돼?’라고 꾸짖지 않을 여유 말이다. 

비용, 시간 대비 효과를 볼 때 바람직한 해외 연수 시기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인 것 같다. 그 이유는 다음 글에서 직, 간접적 경험을 통해 나누겠다. 



그림 출처: https://www.inlinguabangkok.com/en/courses/english-for-young-learner/

이전 07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필독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